외국인 참정권 ‘찬-반’… 日 열도 두쪽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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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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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법안통과” 합의이후… 자민당-우익 ‘반대’ 실력행사
“중국계가 지자체 점령우려”… 보수언론도 경계여론 조장

재일동포를 비롯한 영주외국인 지방참정권 부여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 사회가 시끄럽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 등 민주당 정권 지도부가 정기국회 회기 내 법안제출을 추진하자 자민당을 비롯한 우익세력이 반대 활동을 강화하면서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 정치권과 사회단체, 언론의 찬반 격론

민주당 정권은 11일 정부여당 수뇌회의에서 정부입법 형식으로 정기국회에 법안을 제출해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우익세력의 반발이 눈에 띄게 강화된 것은 이때부터다. 중앙 정권과 달리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자민당은 광역의회를 중심으로 참정권 반대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우익단체 ‘일본회의’를 비롯해 ‘재일 외국인의 특권 반대 시민모임’ 등은 거리 시위와 전단지 배포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 16일에는 도쿄 대회장 근처에 1800여 명이 집결해 ‘영주외국인 지방참정권 반대’를 외쳤다.

정당별로는 민주당과 사민당, 공명당, 공산당 등이 찬성하는 데 반해 자민당과 국민신당은 반대 입장이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해까지 연립여당을 구성했던 자민당과 공명당이 반대와 찬성으로 갈라지고 현 연립여당인 민주당과 국민신당이 찬반양론으로 갈렸다는 점이다. 민주당과 각료 중에서도 반대파가 있는 등 참정권을 둘러싸고 정치권 구도가 복잡하게 짜이고 있다. 자민당이 반대활동을 강화하는 것은 여당의 내부 분열을 노리는 측면도 있다. 요미우리신문과 산케이신문 등 우익성향 언론은 사설 등을 통해 반대 여론을 확산하고 있다.

○ 우익 “외국의 간접 침략”

중국계 영주자는 최근 10년간 4배나 늘어나는 등 증가 속도가 엄청 빨라 일본 우익세력이 반대 명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본회의는 “중국 정부가 중국인 재일본 영주자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며 “중국인 1000명이 조직적으로 소규모 지자체로 이주해 지방정치를 좌우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산케이신문 사설이 “참정권 문제는 사실상 중국 문제”라며 경계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익세력은 나가사키(長崎) 현의 쓰시마(對馬)나 오키나와(沖繩) 현 요나구니(與那國) 등 작은 섬이 중국의 영향력하에 놓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외국인 참정권이 실현되면 ‘외국의 간접 침략’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수십 년 동안 외국인 참정권 제도를 운영해온 많은 나라에서 한 번도 발생한 적 없는 비현실적 우려라는 지적에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가 1995년 영주외국인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가 헌법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했음에도 위헌이라는 주장 또한 수그러들지 않는 양상이다.

○ 대부분의 선진국은 영주외국인 참정권 허용

일본 내 영주외국인은 91만여 명으로 인구의 0.7% 정도다. 이 가운데 과거 식민지 역사라는 특수상황으로 인해 일본에 살게 된 재일동포 등 특별 영주자가 42만 명, 일반 영주자가 49만여 명이다. 일반 영주자 중에는 중국계가 14만여 명으로 가장 많다. 민주당은 이 가운데 일본과 국교를 맺지 않은 북한 국적으로 분류된 총련계 등 5만여 명을 제외하고 지방참정권을 부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선진국 중 영주외국인 지방참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국가로 분류된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방 차원의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등 상당수 북유럽 국가는 피선거권도 허용하고 있다. 한국도 2005년 영주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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