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회의 합의문 이끈 ‘결정적 두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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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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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中-印 회담장 불쑥 찾아가 설득
반 총장, 반대國 따로 모아 끈질긴 호소

최근 막을 내린 덴마크 코펜하겐 유엔기후회의가 천신만고 끝에 합의문을 이끌어내기까지 두 번의 큰 고비가 있었고, 이를 넘어서는 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이 기여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반 총장은 22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뉴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 결과를 설명했다.

반 총장은 우선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과 개발도상국들의 자발적인 참여, 재정 기술지원, 집행을 위한 국제체제 마련 등의 목표에서 대부분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회의에서 개도국과 선진국 등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협상이 난항을 겪었던 상황을 설명하며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이런 합의를 이뤄낸 것은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반 총장은 회의기간 내내 반발하는 개도국 대표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반 총장은 “주요 30개국 회의를 열었지만 도저히 이견 해소가 안 됐다”며 “이때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개국 회의장에 예고 없이 들어가 설득 작업을 벌였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도 여러분을 돕고 싶다. 하지만 이번에 합의가 되지 않으면 미국에 돌아가 의회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 등이 막판 극적인 합의에 이르렀지만 30개국 회의에 이어 열린 총회장의 분위기는 일부 회원국이 합의문 무효를 선언하는 등 극렬한 용어를 써가며 반발해 사실상 파국에 이르는 분위기였다.

이 상황에서 반 총장은 반대하는 국가들 대표만 따로 모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극적인 합의문을 만들 수 있었다. 윤여철 유엔 사무총장 의전국장은 “극렬하게 반대했던 한 대표는 유엔 사무총장이 자신의 주장에 귀 기울이는 모습에 감동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반 총장은 “내년 1월 말까지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합의문 부록으로 제시하면 멕시코에서 제16차 당사국 총회가 열리는 11월까지 구속력 있는 조약 형식의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이 최대 목표”라고 말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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