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더 생각, 더 빨리 행동”… 불황 이긴 日 히트상품엔 아이디어가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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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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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늘며 도로 막히자 ‘휴대용 화장실’
신종플루 확산되자 ‘마스크용 항균제’

장기 불황, 높은 실업률, 엔화 가치 급등, 주가 하락, 디플레이션…. 올해 일본 경제는 온통 우울한 소식뿐이다. 물건이 팔리지 않은 변명을 대라면 끝이 없다. 하지만 혹독한 불경기에도 두 자릿수 이상의 판매 증가를 기록한 히트상품이 적지 않다. 주간 닛케이 비즈니스 최신호가 선정한 올해의 히트상품을 통해 불황 극복의 원동력을 분석했다.

○ 새로운 정부 대책에서 힌트를

‘한 번 더 생각하고 더 빨리 움직여라.’ 올해 히트상품에서 공통적으로 도출되는 성공 요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기가 얼어붙자 내수 진작을 위해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쏟아냈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된 자동요금지불시스템(ETC) 부착 차량에 대한 일부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일괄 1000엔)이 대표 사례. 통행료가 내려가자 자가용 여행객이 갑자기 늘었다. 이로 인해 도로는 극심한 정체로 몸살을 앓았다. 휴대용 화장실 제조업체인 ‘켄유’는 통행료 할인제가 가져올 이 같은 부작용을 예측해 생산량을 2배 이상 늘렸다. 휴대용 화장실은 특수 제작한 비닐봉투에 흡수력이 뛰어난 고분자 합성수지를 넣은 제품으로 지진과 같은 비상 대책용 구호물자여서 평소엔 수요가 별로 없다. 하지만 예측은 적중했고 4∼9월에만 220만 개의 제품이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0% 늘었다.

고바야시제약은 신종 인플루엔자라는 ‘돌발사고’를 기회로 활용했다. 5월 일본에서 신종 플루가 기승을 부리면서 마스크가 불티나듯 팔려 품절되자 1회용 마스크를 재활용할 수 있는 항균스프레이를 내놓았다. 또 휴대용 살균소독제를 동시에 개발해 상장 이래 최고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 숨어 있는 소비심리를 파악

20년째 이어지는 장기불황 탓에 일본 소비자들은 외출을 삼가고 집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었다. 이에 따라 소비 기준도 남의 시선에서 자기만족으로 옮아가고 있다. 집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여성용 평상복인 이른바 ‘룸 웨어’는 이 같은 소비경향의 변화를 포착한 사례. 집 안에서 입는 옷이지만 촉감이 고급스럽고 화려해 한 벌에 5000엔이 넘는다. 990엔짜리 청바지가 잘 팔리는 ‘디플레이션 시대’임을 감안하면 비록 고가지만 밖에서 돈을 쓰는 대신 집 안에서 ‘소소한 사치’에 만족하려는 여성의 심리를 잘 잡아냈다. 집 밖에 나가면 어두운 이야기뿐이지만 적어도 자기 집과 마음만은 긍정적이고 싶다는 사회현상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일본 패션업계의 분석이다.

○ 간결한 마케팅의 강한 호소력

잘 팔리는 물건은 재빠른 아이디어 포착과 신속한 제품화가 관건이지만 소비자가 가려워하는 곳을 정확히 짚어 긁어주는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다. 경쟁 제품과 차별되는 유일한 특징을 간결하게 표현하는 이른바 ‘한 줄 마케팅’이다. 다른 제품과 구별되는 확실한 기능 한 가지만 내세워 집중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선택의 고민을 덜어주는 것이다.

샤프가 내놓은 ‘플라스마 클러스트’는 에어컨의 보조기능에 불과했던 이온공기청정 기능만 따로 떼어내 제품화했다. 사용하지도 않는 다양한 기능을 가진 제품보다 필요한 기능 한 가지만 제대로 사용하자는 메이커의 제안인 셈이다.

세탁세제 제조업체인 가오는 ‘헹굼 한 번으로 빨래 끝’이라는 제품명과 동일한 광고 문구로 환경의식이 높아진 ‘에코 주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탁기에서 2번 헹굼이 일반적이지만 이 제품을 사용하면 한 번만 헹궈도 돼 세탁시간을 절약하고 절수 효과도 있음을 강조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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