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2 감축’ 美-中 충돌… 개도국 대표들 일제히 퇴장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선진국 먼저 감축목표 내놔라”
阿 정상들 회의 보이콧 경고
美, 개도국 지원안 곧 발표
폐막 앞두고 대타협 할수도

‘지구를 구할 2주일’로 불리며 큰 기대를 모았던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가 폐막을 앞두고 교착 상태에 빠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등 110여 개국 정상들이 이번 주 중 덴마크 코펜하겐에 속속 도착할 예정인 가운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견해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중국 인도 아프리카 등 개도국 진영은 14일 “쟁점이 해소될 때까지 어떠한 실무회의에도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논의 거부를 전격 선언했다. 방글라데시 대표단 관계자는 “선진국이 먼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내놓아야 회의가 재개될 수 있다”며 “현재 어떤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AP통신에 밝혔다. 선진국의 한 대표단 관계자도 “14일 개도국 대표들이 일제히 퇴장했다”고 전했다.

앞서 일요일인 13일에도 약 50개국 환경장관들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비밀회동을 가졌지만 간격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협상 참가자는 AFP통신에 “선진국과 개도국을 대표하는 미국과 중국 입장이 서로 충돌했다”며 “양보하기보다는 기존 입장을 관철시키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영국의 에드 밀리밴드 에너지·기후변화 장관은 “앞으로 수일 내로 극복해야 할 실질적인 쟁점들이 적지 않다”며 “세계 정상들에게 모든 쟁점 해결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협력을 호소했다.

유럽연합(EU)이 후진국에 3년간 매년 24억 유로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간간이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후진국 지원금 분담 문제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 핵심 이슈를 놓고 개도국과 선진국 진영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개도국은 선진국이 더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개도국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선진국은 개도국도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제 폐막까지는 사나흘이 남았을 뿐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12일 대규모 시위에 이어 13일에도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자들이 코펜하겐 중심가에서 스톱워치 모양의 표지판을 들고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코펜하겐=AP 연합뉴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12일 대규모 시위에 이어 13일에도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자들이 코펜하겐 중심가에서 스톱워치 모양의 표지판을 들고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코펜하겐=AP 연합뉴스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은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지 않을 것”이라며 무더기 불참 사태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나이지리아 대표단 관계자는 “지금은 ‘코드 레드’(테러 등에 대한 최고의 경계태세) 상태”라면서 “이번 회의가 ‘아프리카를 위한 희망’이 될 것이냐, ‘코펜하겐에서 꺾인 희망’이 될 것이냐라는 기로에 서 있다”고 했다.

중국은 일부 쟁점에서 한발 물러서면서도 선진국들이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야페이(何亞非)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가난한 국가들이 선진국의 재정 지원을 받아야 한다”며 “우리는 미국 영국 등이 중국에 자금을 지원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합의에 실패할 경우 사람들이 중국을 비난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것은 선진국들이 쓰는 속임수로 중국을 회의 실패의 변명거리로 삼지 말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은 개도국에 청정에너지 기술을 확산시키기 위해 이탈리아 호주 영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위스 등 다른 선진국들과 함께 향후 5년간 3억5000만 달러를 지원하는 계획을 14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중 8500만 달러는 미국이 부담할 계획이다. 대기를 오염시키는 등유램프를 사용하는 오지에 태양광발전 방식의 전등을 보급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 구매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 등이 포함돼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코펜하겐=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