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지지세가 하락하는 까닭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3일 15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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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라스무센리포트가 2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47%다. 올해 1월 취임할 당시 65%였던 지지율은 10월 50%아래로 떨어진 뒤 회복을 못하고 있다.

드높았던 그의 인기가 이처럼 잦아드는 이유는 뭘까. 뭘 잘못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해 미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던 진보적 주간지 뉴요커가 최근호에서 그 이유를 분석했다.

첫째, 지난해 대선에서 인터넷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던 30세 이하 젊은 지지층의 이탈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8년 재임 기간에 청춘을 보내며 부시 전 대통령을 혐오했던 그들에게 중요한 건 오바마라는 인간 그 자체였다. 따라서 오바마를 당선시키는 것이 최대 목표였던 그들로서는 집권 이후 부침을 거듭하는 오바마 정권에는 계속 지지를 보내기 어렵다는 것. 뉴요커는 "인터넷 정치 모델의 취약함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둘째, 오바마에게 품었던 지지자의 기대와 희망이 너무나 크고 비현실적이었다는 점이다. 선거 유세 때는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이상(理想)을 제시했던 오바마 대통령도 집권 후에는 현실적으로 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으로서 이런 당연한 변모는 경제위기로 어려웠던 시기에 그에게 가졌던 지지자의 희망과 열정의 거품을 터뜨렸다.

셋째, 다양한 이념을 가진 지지층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 이슈가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층은 좌에서 우까지 이념의 스펙트럼이 다채로웠다. 그러다 보니 어떤 정책 결정도 반드시 어떤 지지층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좌파 지지층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지속과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지연에 실망했다. 중도 지지층은 재정 및 경상수지 적자가 최우선 과제였다. 우파 지지층은 은행과 자동차회사에 대한 구제금융에 분노했다.

넷째, 우파가 다시 힘을 회복했다. 우파는 어떤 정책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마냥 '오바마에 대한 반대'만을 부르짖고 있으면서도 엄청난 정치적 힘을 보이고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먹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중과의 소통에 뛰어난 능력을 보였던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 들어가서는 홀로 심사숙고하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점이다. 선거유세에서 그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훌륭한 선동가이자 웅변가였다. 하지만 지난 11개월을 돌아보건대 그는 소수의 이너서클과 집중적으로 숙의하는 것을 더 즐기는 것 같다. 몇 차례의 뛰어난 연설을 제외하면 오바마 대통령은 더 이상 대중에게 그가 무엇을 어떻게 하려는지 설명하기를 회피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3월 새 전략을 짜겠다고 연설한 뒤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백악관에서 고위 참모들과 비공식 논의를 한 뒤 1일 병력 증파를 천명했다. 그동안 국민에게 어떠한 설명이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은 없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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