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核안전 최대위협은 내부에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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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언론 “탈레반보다 군부-반미의식 더 문제”

‘파키스탄 핵무기 안전의 가장 큰 위협은 파키스탄 자체?’

최근 파키스탄 내 핵시설 추정지역에 탈레반의 자살폭탄테러가 잇따르는 가운데 파키스탄 핵무기 보안을 위협하는 최대 불안 요소는 탈레반 같은 외부 무장세력이 아니라 내부 상황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 주간지 ‘뉴요커’는 16일 “파키스탄은 즉시 미사일로 발사할 핵탄두를 80∼100개나 갖고 있지만 관리에 치명적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 정부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등이 이달 “안전을 확신한다”고 거듭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첫 번째 위협은 핵무기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군부다. 현재 젊은 군인들 사이에는 반정부 반미의식이 넓게 퍼져 있다. 특히 탈레반과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왜 우리가 국민에게 총을 겨눠야 하느냐”란 목소리가 높다는 것. 탈레반도 이들 불만세력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도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다면 (이들이) 가장 먼저 장악을 시도할 대상은 핵무기”라고 말했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의 낮은 국정 장악 능력도 불안요소다. 그는 별명이 ‘미스터 10%’라 불릴 정도로 지지율이 낮다. 친미 성향인 그가 물러나고 반미 강경파 대통령이 취임할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자르다리 대통령을 향한 불만이 반미감정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핵시설 안보 문제는 미국의 오랜 고민거리. 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한 파키스탄의 핵시설은 탈레반의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파키스탄과의 공식적인 안전강화 협상은 최근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론 9·11테러 직후부터였다. 이 해묵은 협상은 지금도 답보 상태다. 9월 미 의회는 5년간 매년 15억 달러를 원조해주는 법안까지 통과시켰지만 소용이 없다.

파키스탄의 강경 자세에는 미국과 인도의 관계도 한몫하고 있다. 파키스탄 입장에서 보면 미국은 자신들의 영원한 적국인 인도와 지나치게 가깝다. 특히 지난해 인도가 ‘핵확산금지조약(NPT)’ 미가입국임에도 미국이 핵연료 및 기술을 이전하자 의심이 더욱 커졌다. 파키스탄 군 정보기관 ISI의 수장 하미드 굴 중장은 “핵 관련 정보를 미국과 공유하면 (미국이) 곧장 인도에 넘길 가능성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더 난처한 건 미국이 핵 정보 공유를 강요할수록 파키스탄 내 불만세력의 목소리는 커진다는 점. 파키스탄 저널리스트 라히뮬라 유수프자이 씨는 “계속된 전쟁과 (미국의) 압력은 나쁜 결과만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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