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첫 대통령, 판롬파위 벨기에 총리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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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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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나라서 나와야” 공감대
블레어 前 英총리는 멀어져

유럽연합(EU)의 정치적 통합을 가속화할 리스본조약 발효(12월 1일)를 앞두고 EU 초대 대통령에 ‘무명의’ 헤르만 판롬파위 벨기에 총리가 거물급인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제치고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EU는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특별정상회의를 열어 EU 대통령과 외교장관을 선출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 EU 회원국의 중론이 ‘초대 대통령은 작은 나라에서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기울면서 프랑스와 독일의 지지를 받는 판롬파위 벨기에 총리가 대통령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어 이 신문은 판롬파위 총리가 중도우파 성향인 점을 고려해 EU 외교장관에는 마시모 달레마 전 이탈리아 총리 등 좌파 성향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AFP통신은 유럽 강국인 프랑스와 독일이 공동으로 밀고 있는 판롬파위 총리가 초대 대통령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내다봤다.

판롬파위 총리는 벨기에 내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 사용인구 간 갈등을 해결하는 조정능력을 발휘했다. 판롬파위 총리 외에 얀 페터르 발케넨더 네덜란드 총리,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세계무대에서 미국 중국 등에 밀리지 않고 EU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돼 유력한 EU 대통령 후보로 손꼽혀 왔다. 하지만 대외 영향력 확보보다는 EU 27개 회원국 간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 초대 대통령의 덕목으로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당선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AFP는 특히 △블레어 전 총리가 재임 시절 유럽 국가들이 반대했던 이라크전쟁을 적극 지지했고 △영국이 유로존(유로화를 국가 통화로 사용하는 나라)에 포함돼 있지 않으며 △유럽지역 통행에 제약을 없애는 솅겐 조약에 영국이 가입해 있지 않다는 점 등이 블레어 전 총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소국 출신이 EU 대통령에 취임하면 조정자 및 합의 유도자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초대 EU 대통령이 소국 출신으로 정해지면 외교장관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의 외교 수장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외신은 내다봤다. EU 외교장관에는 1순위였던 데이비드 밀리밴드 영국 외교장관이 최근 고사의 뜻을 밝힘에 따라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전쟁 당시 평화협상에 기여한 달레마 전 이탈리아 총리와 아드리안 세베린 전 루마니아 외교장관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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