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美, 재정적자나 잘 관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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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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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채 최대 보유국’ 카드 꺼내
中제품 반덤핑관세에 맞대응
오바마 방중 앞두고 찬바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16일 첫 중국 방문을 앞두고 미-중 관계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미국의 ‘아킬레스건’인 재정적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집트를 방문 중인 원자바오(溫家寶·사진) 중국 총리는 8일 “중국이 외환보유액으로 사들인 미국 국채 자산은 중국 정부의 재산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달러화 자산 가치가 안전하게 보존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 최대 경제국이자 기축통화 발행국인 미국이 효과적으로 자신의 책무를 다하기를 바란다”며 “달러화의 안정을 위해 재정적자를 적정 규모로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 총리는 3월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국의 재정적자와 제로에 가까운 금리가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월가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책으로 9월에 끝난 2009회계연도에 무려 1조4200억 달러로 급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0%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재정적자가 늘면 통화 가치는 더 떨어지고 장기 금리는 오르게 되며 채권 가치는 떨어진다.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인 중국이 미 재정적자를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9월 말 현재 2조273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자랑하는 중국은 이 중 70% 정도를 미 국채 등 달러화 자산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이라는 점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중국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중국이 미 국채를 매각하기 시작하면 미 달러화 가치 하락과 금리 상승에 가속도가 붙어 미국 경제는 순식간에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중국을 글로벌 무역 불균형의 핵심 원인으로 보고 있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을 압박할 때 중국이 맞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카드인 셈이다.

미국은 9월 중국산 타이어에 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5일에는 원유수송용 강관에 최고 99%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또 저가의 원자재 수출과 관련해 유럽연합(EU) 멕시코 등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대(對)중국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는 지난 주말 “미국이 편견을 버리고 중국을 ‘시장경제’로 빨리 인식하고 행동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는 등 큰 불만을 표시해 왔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 방문 시 미국 재정적자와 글로벌 무역 불균형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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