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국이 키운 아프간軍 ‘배신의 습격’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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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영국군 5명 탈레반 연계 경찰에 피살
1979년 美, 反소련군 키웠다 당한 역사 반복

아프가니스탄에서 영국군이 탈레반과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아프간 경찰관에게 사살돼 서방국이 장기적인 출구전략 차원에서 추진해온 아프간 치안병력 육성 프로그램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3일 오후 2시경 헬만드 주의 한 검문소에서 아프간 경찰관이 갑작스레 총격을 가해 아프간 경찰관과 함께 생활하며 훈련교관 역할을 해왔던 영국군 병사 5명이 죽고 8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총격을 가한 경찰관은 범행 직후 도주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5일 아프간 남부 헬만드 주에서 발생한 아프간 경찰관의 영국군 병사 살해사건과 관련해 “탈레반이 이번 사건의 배후를 자처했다”며 “탈레반이 아프간 경찰관리를 이용해 사건을 일으켰거나 대원을 경찰에 침투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외국이 키운 아프간 군의 배신 반복되나

현재 아프간 보안군은 10만 명 수준. 미군은 앞으로 24만 명의 군대와 15만 명의 경찰을 추가로 훈련시킬 계획이다. 올해 8월 아프간 대선을 앞두고 3주간의 짧은 훈련을 마친 아프간 경찰들이 남부지역 투표소 경비에 긴급 배치되기도 했다. 피터 갈브레이스 아프간 유엔대표부 부대표는 “최근의 경찰 훈련 속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탈레반의 침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5일 “서방 군대가 키운 아프간 협력자에게 배신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이슬람 무장조직 무자헤딘을 지원했다. 무자헤딘은 1996년 탈레반을 통해 정권을 잡은 후 9·11테러의 배후였던 알카에다를 비호하기도 했다. 한 달 전에는 미군 병사 2명이 아프간 경찰에게 사살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아프간에 무분별하게 치안병력을 키우는 것이 이슬람 무장세력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정부와 탈레반 양측을 위해 일하는 경찰

영국의 데일리텔레그래프는 “아프간 경찰에는 하위직부터 고위직까지 모두 탈레반이 침투해 있다”고 보도했다. 한 달에 200달러 정도의 월급을 받는 아프간 경찰은 부패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수많은 아프간 경찰이 탈레반과 마약 군벌들의 아편과 헤로인 밀수출을 도우며 돈을 번다. 국경의 경찰서장이 되려면 15만 달러의 뇌물을 줘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패트릭 코크번 인디펜던트지 칼럼니스트는 “수많은 아프간 경찰이 정부와 탈레반 양측에서 돈을 받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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