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카지노 자본주의 회귀” G20 핫이슈로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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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규제안 마련나서

리먼브러더스 파산 1년 만에 세계 금융계가 위기 원인에 대한 근본 처방 없이 고위험 고수익을 즐기는 ‘카지노 자본주의’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24, 25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금융계의 보너스 규제안이 핫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천문학적 보너스 관행은 직원들에게 ‘단기간 고위험’ 거래를 부추김으로써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오게 했던 한 원인. 최근 증시가 좋아지면서 골드만삭스, JP모간체이스 등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기관들이 엄청난 보너스를 다시 책정해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지방법원은 14일 금융위기로 구제금융을 받고서도 임직원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정식재판을 통한 형사처벌을 받을 것을 요구했다. BoA는 인수합병하기로 한 메릴린치 임직원에게 보너스를 지급해 비난을 받자 3300만 달러의 벌금을 납부하고 사건을 마무리하기로 감독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합의한 뒤 이를 승인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제드 래코프 판사는 “BoA와 SEC의 합의안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책략”이라고 거부해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

리스크가 큰 각종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월가의 관행도 부활하고 있다. 사회 고발성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미국의 마이클 무어 감독은 14일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최근 1년간 월가가 깨달은 것은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를 계속 저지르기 위해 더 교활해져야 한다는 사실뿐인 것 같다”며 “심지어 그들은 생명보험을 담보로 한 파생상품까지 내놓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프랑스의 로랑 코르도니에 교수는 “정치권력의 방임 아래 금융 자본주의는 광기 어린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며 “터널 끝으로 보이는 경기회복의 빛이 마주 오는 열차와의 충돌을 예고하는 불길한 전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달 4, 5일 열린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은행권의 단기 보너스를 없애고 장기 보수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네덜란드는 내년 1월부터 세계 최초로 은행권 성과급 상한제를 실시할 것이라고 9일 발표했다. 금융 시스템 개혁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3일 “G20 정상회의에서 금융 보너스 문제에 진전이 없으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갈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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