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소 ‘공백’ 野전락 자민 ‘공황’

  • 입력 2009년 9월 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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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벌 구심점 사라져 당 전열정비도 버거울 듯… 대규모 탈당사태 전망도

“정말 이 정도일 줄이야….”

반세기 이상 장기 집권해온 자민당은 지난달 30일 밤 믿고 싶지 않았던 총선 참패를 눈으로 확인하고 할 말을 잃었다. 지역과 나이 계층 성별을 불문하고 무섭게 몰아친 태풍 속에서 살아남은 자민당 후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아소 다로(麻生太郞·사진) 총리는 유세 기간 내내 ‘책임’을 강조했지만 두 차례 연속 스스로 총리 자리를 내던진 무책임한 정당에 국민의 심판은 냉정했다.

당내에서는 이번 참패의 원인이 ‘누적된 불만과 불신’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당선에 성공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농림수산상은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자민당의 환골탈태를 주장했다. 역시 의원직을 지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도 “민주당의 폭풍은 오래가지 않는다”며 당의 결속을 강조했다.

그러나 자민당의 재건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포스트 아소를 이을 유력 정치인들이 대거 총선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자민당 최대 파벌 마치무라파의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회장,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 전 간사장 등 파벌 지도자가 선거에서 패배해 자민당 내 파벌의 구심점이 사라졌다. 국정을 책임지는 대신 재선이 보장됐던 현직 각료들도 상당수 배지를 잃었다.

현재 자민당을 이끌 후보로는 참의원 의원으로 대중 인지도가 높은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후생노동상과 이시바 농림수산상,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간사장 대리 등이 거론된다. 특히 민주당이 308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싸움의 거점은 민주당이 단독 과반수를 얻지 못한 참의원이 돼야 한다는 논리로 마스조에 후생상이 유력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까지 자민당이 유지될 수 있겠느냐는 위기론이 지배적이다. 또 민심이 민주당으로 급격히 기운 상황에서 누가 자민당 총재를 맡더라도 이른 시일 안에 전열을 정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당장 9월 30일 임기가 만료되는 당 총재 선거를 어떻게 치를지부터 걱정이다. 자민당 지도부는 당 총재 선거 시점을 총리를 지명하는 특별국회 이후로 예정하고 있지만 자민당 일부 의원들은 특별국회 이전에 열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당 총재를 서둘러 뽑아 민주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누구를 총재로 선출할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의견이 모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총재 선출을 서두르다가는 당이 되레 자중지란에 빠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자민당이 10개월간 야당으로 전락했던 1993년 총선을 예로 들어 탈당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시 자민당은 8개 소수정파 연합에 의해 정권을 잠시 내주긴 했지만 제1당으로서 지금보다 나은 상황이었음에도 수십 명이 당을 떠났다. 무엇보다 주요 이익단체 출신의 비례대표 의원은 야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정당 교부금과 기업 헌금이 급격히 줄어 ‘배고픈 정당’이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자민당이 분열하면 정계 전체가 예측 불가능에 빠져 향후 민주당 정권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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