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 가족들 소리없이 무너진다”

  • 입력 2009년 8월 6일 02시 57분


이라크 전사자 가족의 마지막 키스4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6월 2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폭탄 공격으로 사망한 노스캐롤라이나 주방위군 소속 후안 발데오싱 병장의 장례식이 열렸다. 부인 레베카 씨가 어린 세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편 관에 엎드려 키스하고 있다. 알링턴=연합뉴스
이라크 전사자 가족의 마지막 키스
4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6월 2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폭탄 공격으로 사망한 노스캐롤라이나 주방위군 소속 후안 발데오싱 병장의 장례식이 열렸다. 부인 레베카 씨가 어린 세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편 관에 엎드려 키스하고 있다. 알링턴=연합뉴스
이라크-아프간戰 장기화
이혼 늘고 가정 적응 못해

“몸은 집으로 돌아왔지만 정신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마치 전쟁터에서 전투를 치르는 듯 항상 초조합니다.”(마크 플리튼 대위·46)

“이젠 떨어져 사는 게 더 마음이 편해요.”(부인 린 씨·49)

최근 10년간 세 번이나 해외의 전쟁터에 불려나가 무려 36개월을 가족과 떨어져 산 플리튼 대위는 올 3월 이혼 여부를 놓고 아내와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에게 대든 맏아들 스콧 군(15)이 아내에게 “엄마는 도대체 왜 ‘저 사람(that man)’과 결혼해 살고 있는 거야”라고 고함을 지른 뒤다. 관계가 서먹서먹해진 이들 부부는 현재 남편이 전쟁터로 다시 떠나는 날을 아쉬워하기는커녕 되레 학수고대하고 있다.

껍데기뿐인 부부 생활은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3일(현지 시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벌이는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군 가정이 시나브로 해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8년째 전쟁이 계속돼 남편이나 아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전쟁터로 떠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군인 가족의 해체로 이어지고 있는 것.

군 당국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조지 케이시 미 육군참모총장의 부인 실라 여사는 올 6월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8년에 걸친 전쟁 여파로 미군 가족이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올해 미국 밖에 설치한 6개 미군기지를 시찰했던 피터 치아렐리 육군참모차장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많은 장병의 부인이 ‘남편이 집에 와도 가정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실제 미 국방부는 지난해 미군 병사의 이혼율이 이라크전 초기보다 1%포인트 늘어난 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민간인 이혼율은 3.5%였다. 지난해 켄터키 주 포트캠벨에 근무한 미군 가족 226쌍의 결혼생활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가 이혼했다. 별거까지 포함하면 12%에 이른다. 또 참전 미군 중 결혼생활을 걱정하는 비율이 2005년 4명 중 1명에서 2007년에 3명 중 1명꼴로 증가했다. 현역 미군 중 기혼자는 25만 명이 넘는다.

미 육군당국은 군목들의 결혼생활 상담시설을 늘리고 장병과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상담전화와 상담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잘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