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진창수]日민주당 정권 외교의 변수

  • 입력 2009년 8월 4일 02시 59분


일본 민주당이 집권을 하면 한일관계는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우세하다. 민주당은 정책집 인덱스 2009에서 한일관계의 중요성과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대신할 국립 추도시설 설립,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처리, 그리고 영주 외국인의 지방참정권 실현의 공약을 천명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나 오카다 가쓰야 간사장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변화 의지를 표명한 것도 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반 불안정해 전향적 변화 힘들듯

한국에서 일본 민주당에 거는 기대는 2007년 후쿠다 야스오 정권이 등장했을 때와 흡사하다. 당시 한국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와 다른 후쿠다 총리의 전향적인 역사인식에 많은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후쿠다 정권이 발족하자마자 중등 교과서 해설서 문제로 갈등이 야기됐고 이로 인해 후쿠다 총리에 대한 기대는 무너져버렸다. 이후 후쿠다 정권 동안 한일관계는 긍정적으로 발전하기보다는 냉각관계가 지속됐을 뿐이다. 후쿠다 총리 개인에 대한 한국의 기대가 과도하여 일본 정치의 메커니즘을 간과하는 우를 범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권이 내세우는 한일관계 정책 기조가 실제 정책으로 구현될지는 민주당이 처한 정치 상황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우선 민주당은 ‘한 지붕 밑에 여러 정파’가 모여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민주당은 자민당에서 탈당한 우파그룹부터 사회당 계열의 좌파그룹이 정권을 잡기 위한 목적으로 모였다. 이로 인해 민주당의 정책공약은 내부의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여러 주장이 나열돼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방참정권 문제이다. 지방참정권의 실현은 민주당의 기본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정책공약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지방참정권 문제는 하토야마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의지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에서 격한 반대가 많았다. 이 점에서 민주당의 한일관계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도 실현되기에는 많은 시간과 갈등이 존재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둘째, 내년 7월의 참의원 선거까지 외교정책 노선의 변화를 실현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총선거에서 민주당이 단독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한일관계에서 전향적인 정책 변화는 어려워진다. 민주당은 내년 7월의 참의원 선거까지 되도록이면 자민당이 공격하기 쉬운 외교 쟁점을 회피하려 할 것이다. 현재 일본 내 상황을 고려하면 민주당이 정책으로 내놓은 지방참정권이나 역사 문제에 대한 쟁점은 역풍을 받기 쉽다. 게다가 민주당도 자민당과 마찬가지로 독도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어 정국의 흐름에 따라서는 내셔널리즘에 휩쓸려 한일관계가 갈등할 수 있다.

정책교류 등 전략적 예방외교 펴야

따라서 민주당이 집권해도 한일관계가 단기간에 긍정적으로 변화하리라고 속단하는 것은 이르다. 이 점에서 우리는 민주당이 한일관계를 전향적으로 변화시키도록 전략적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첫째, 고등학교 교과서 해설서 문제에 대해 예방외교를 실현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고등학교 해설서 문제가 한일관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민주당 정권을 설득해야 한다. 즉 후쿠다 정권 당시의 실패를 민주당이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줘야 한다. 둘째, 민주당과의 정책 파이프를 시급히 건설해야 한다. 민주당에는 한국에 관심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있다. 이들과의 네트워크 건설이 당면한 과제이다. 특히 민주당은 관료 우위에서 벗어나 정치 우위를 실현하겠다고 밝혀 정치인과의 네트워크 건설은 한일관계에서 더 중요하게 됐다. 셋째, 과거사 문제에서는 한국이 성급히 요구하기보다는 일본 내에서 해결책을 찾기까지 인내하는 여유도 필요하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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