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시장을, 중국은 자본을 얻었다

  • 입력 2009년 7월 28일 02시 50분


6일 중국과 홍콩 기업 간 무역거래에서 처음으로 위안화 결제가 이뤄졌지만 이미 홍콩 내에서 위안화의 위력은 달러보다 크다. 중국 선전으로 바로 통하는 국경이 있는 홍콩 지하철 뤄후역의 환전소 모습. 연일 오가는 중국과 홍콩 시민들로 붐빈다. 홍콩=허문명 기자
6일 중국과 홍콩 기업 간 무역거래에서 처음으로 위안화 결제가 이뤄졌지만 이미 홍콩 내에서 위안화의 위력은 달러보다 크다. 중국 선전으로 바로 통하는 국경이 있는 홍콩 지하철 뤄후역의 환전소 모습. 연일 오가는 중국과 홍콩 시민들로 붐빈다. 홍콩=허문명 기자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이라는 홍콩 항. 중국으로 반환된 지 12년이 되는 동안 홍콩은 경제위기 때마다 중국과의 경제통합이 가져다 준 ‘중국의 힘’을 실감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요즘은 아예 “반환이 아니라 중국으로의 회귀였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홍콩=허문명 기자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이라는 홍콩 항. 중국으로 반환된 지 12년이 되는 동안 홍콩은 경제위기 때마다 중국과의 경제통합이 가져다 준 ‘중국의 힘’을 실감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요즘은 아예 “반환이 아니라 중국으로의 회귀였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홍콩=허문명 기자
■ 반환 12주년 맞은 홍콩 돌아보니

中관광객 年1700만명 몰려와
외환위기 등 고비때마다

대륙시장이 홍콩경제 버팀목
對中투자액 43%가 홍콩자본

23일 오전 11시 우리나라 서울 광화문역쯤에 해당하는 홍콩 센트럴역에서 지하철(MTR)을 타고 40여 분 만에 뤄후역에 내렸다. 중국 선전과 통하는 국경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세관 통과에 걸린 시간은 1시간. 홍콩과 중국 시민들은 전자패스만 갖다대고 바로 국경을 통과한다. 마치 환승객인 것처럼 국경 통과가 간단해 보인다. 번호판을 두 개 붙여 놓고 국경을 오가는 차량도 많다. ‘홍콩과 중국이 하나’라는 것을 공감각적으로 실감할 수 있는 장소다.

왕래가 자유롭다 보니 두 곳 시민들의 삶은 많이 변했다. 홍콩 사람들은 중국의 값싼 인력과 서비스 덕분에 삶의 질이 높아졌고 선전 사람들은 홍콩 자본 유입으로 벼락부자가 됐다. 선전에 집을 사서 홍콩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도 많다고 한다. 광저우와 선전, 홍콩을 연결하는 고속철도가 2011년 완공되면 선전∼홍콩을 13분 만에 다닐 수 있다.

1997년 7월 1일 중국 반환 후 꼭 12년이 지난 시점에서 돌아본 홍콩은 ‘중국’이라는 든든한 원군을 얻은 듯했다. 중국과의 활발한 교류와 경제통합이 홍콩을 위기마다 구해냈기 때문이다. 홍콩은 반환 직후인 1998년 외환위기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경제가 휘청거렸다. 금융과 관광이 주산업인 이 나라에 해외 자본과 여행객들이 급감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 중국은 과감한 여행 자유화를 통해 홍콩 내수를 활성화시켰다. 덕분에 2003년 사스 사태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됐던 홍콩 경제가 3% 성장으로 돌아섰을 정도였다. 중국 관광객은 반환 전 1996년 210만 명에서 반환 5년 만인 2002년 410만 명, 2004년 1200만 명, 요즘은 1600만∼1700만 명 수준이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2003년 중국과 맺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라는 무역협정. 홍콩은 현재 농수산물 등 1500여 개 품목을 중국에 무관세로 수출하고 서비스 분야도 42개 분야에서 규제가 폐지 및 완화된 상태다. 이 협정으로 2004∼2008년 홍콩 내에서는 무려 4만32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센트럴역 명품 매장에서 만난 한 종업원은 “중국 부자들이 몰려와 진열대를 보면서 ‘이쪽 끝에서 저쪽 끝 물건을 모두 포장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옛날엔 대륙에서 온 사람들이 푸퉁화(普通話·중국표준어)를 쓰면 좀 못살고 촌티 나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강했는데 지금은 ‘부자일 것’이라는 생각에 대접이 180도 다르다”고 전했다. 지난해 멜라민 분유 사태 때는 중국인들이 분유를 싹쓸이해 품귀 현상을 빚었을 정도다.

홍콩 대외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1년 40%대를 넘었으며 지난해에는 47.4%나 됐다. 2008년 기준 홍콩이 중국에 투자한 액수도 410억 달러(중국 투자액의 43%)에 이르러 대(對)중국 투자 1위를 기록했다.

석동연 홍콩 총영사는 “투자액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홍콩이 중국의 미래와 잠재력을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들이 무조건 들어가는 게 아니다. 리스크에 대한 정보력에서 기업만큼 뛰어난 조직이 없다. 중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곳이 홍콩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요즘엔 ‘중국을 알려면 홍콩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당연시된다고 한다.

홍콩경제 역시 요즘 글로벌 경제위기로 신음 중이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2.6%, 올 1분기 성장률은 ―7.8%에 이른다. 그러나 현지에서 만난 홍콩 경제계 인사들은 “중국경제가 바닥을 쳤으니 홍콩경제도 곧 좋아질 것”이라며 낙관했다.

홍콩 무역을 총괄하는 홍콩무역개발위원회 이코노미스트 딕슨 호 씨는 “홍콩경제와 중국경제는 이미 하나로 묶였다. 중국의 성장은 오랜 기간 지속되리라 예상되며 이와 연결된 홍콩경제 역시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총장 레이먼드 씨도 “중국과 홍콩은 한가족이나 마찬가지다. 1997년은 (중국) 반환이 아니라 (중국으로) 회귀된 해”라고 단언했다.

우리나라 코엑스에 해당하는 무역개발위원회 바로 앞에는 중국인민해방군 청사가 있다. 1만 명의 인민해방군이 홍콩에 주둔하고 있지만 거리에서 군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외출 시 사복으로 갈아입을 정도로 눈에 띄지 않으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석 총영사는 “중국의 홍콩에 대한 무간섭과 배려는 ‘1국 2체제’의 안정감을 주어 결국 대만과의 경제통합을 향한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이 홍콩 대만과 경제통합을 이뤄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치열한 고민을 시작할 때”라고 조언했다.

홍콩=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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