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美 늘어나는 재정적자, 이젠 금융안정 위협”

  • 입력 2009년 6월 5일 03시 00분


버냉키 유동성 축소 시사

미국이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달러화 가치와 미 국채 가격이 하락(수익률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사진)이 3일(현지 시간) “미국의 대규모 재정적자가 금융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엄청난 돈을 시장에 쏟아 부어서라도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그의 정책 기조와는 사뭇 다른 것이어서 FRB의 통화정책에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미 하원 예산위원회 청문회에서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 주지 못할 경우 미국은 금융 안정은 물론이고 ‘건강한’ 경제도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와 FRB의 정책으로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경기침체 우려도 줄어든 만큼 재정 건전성에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됐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FRB는 그동안 제로 금리와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통한 신용경색 완화와 경기회복에 주력해왔다.

버냉키 의장은 “최근 몇 주간 미 국채 수익률과 모기지 금리가 상승한 것은 대규모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재정 안정을 위해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정적자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면 국채 수익률이 계속 상승해 결과적으로 미 정부의 재정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재정적자는 1조84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재정적자의 4배 규모로 국내총생산(GDP)의 13%에 해당하는 것이다. ‘채권왕’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이날 블룸버그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치솟는 재정적자가 우려된다”며 “각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들이 달러 처분에 나서기 전에 달러화 자산을 줄이라”고 권고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경제가 살아나면 재정수지가 균형을 되찾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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