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허브 ‘나일론’에서 ‘상콩’으로

  • 입력 2009년 5월 12일 03시 03분


‘나일론(Nylon·뉴욕과 런던)에서 상콩(Shangkong·상하이와 홍콩)으로.’

금융위기로 미국과 영국의 금융권이 휘청거리면서 세계 금융의 중심이 동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가턴 교수는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세계 경기 회복이 시작되면 기존 금융허브인 뉴욕과 런던은 상하이와 홍콩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라이벌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2년 전만 해도 뉴욕의 월가와 런던의 시티지구가 세계 금융의 왕좌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흘러간 옛 얘기가 돼 버렸다. 가턴 교수는 앞으로 수년간 뉴욕과 런던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에 급급한 처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두 도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로 높은 세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 또 교통 교육 문화시설에 대한 투자 축소로 고급 인재들을 끌어들일 유인도 사라진다. 정부 간섭과 금융규제, 예측 불가능성 등도 금융허브로 계속 군림하기에 취약한 부분이다. 가턴 교수는 “(구제금융과 국유화 등으로) ‘세계 최대 국부펀드’가 된 미국 수도 워싱턴이 뉴욕의 새로운 경쟁자가 됐다”고 비꼬았다. 구제금융 등으로 정치와 금융이 뒤섞이면서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새로운 리스크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반면에 새 금융허브로서 중국의 전망은 밝다고 가턴 교수는 내다봤다. 그는 “중국은 앞으로 수십 년간 세계 최대 채권국이 될 것이며 영국과 미국이 바로 이 지위를 획득했을 때 세계 금융중심으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은 자본상태가 건전한 세계 최대 은행을 다수 소유하고 있고 홍콩과 상하이 주식시장에 곧 상장될 기업들도 줄을 서 있다”고 밝혔다.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미국 영국과 달리 중국은 여전히 6%대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는 점도 중국의 부상을 돕고 있다고 가턴 교수는 덧붙였다.

가턴 교수는 또 “상하이가 홍콩의 오랜 금융 노하우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중국이 극적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가 홍콩과 대륙 간 위안화 무역결제를 허용하는 등 홍콩-상하이 간 교류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위안화를 기축통화를 만들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도 시동을 걸었다. 서구에서는 이미 불가능해진 각종 조세혜택 등으로 세계의 금융인재들을 흡수하는 것도 중국의 미래를 밝게 한다. 가턴 교수는 “영국과 미국이 조세와 각종 사회 인프라, 금융 규제를 재정립하지 못하면 앞으로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