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세계화 ‘순식간에’…방역 세계화도 ‘쏜살같이’

  • 입력 2009년 4월 30일 02시 57분


교역-여행 늘어 확산 빨라
IT망 통해 실시간 국제공조

멕시코 소년의 재채기가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는 데는 불과 몇 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구촌의 인구 이동이 늘면서 질병의 확산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대응하는 방역당국의 국제공조 움직임도 재빠르다. 창과 방패의 세계화, 세계화의 양면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9일 “교역 및 여행의 증가, 대량 이민과 인구의 도시 집중 등이 ‘전염병의 세계화’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3년 아시아를 강타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조류인플루엔자(AI)는 항공여행 등 인적 교류로 전염병이 단기간에 퍼진 대표적 사례다. 이번에 발견된 돼지인플루엔자는 발병 한 달 만에 수천 명이 감염될 정도로 확산속도가 더 빨라졌다.

일부 지역에 한정됐던 질병도 세계로 퍼지고 있다. 남미의 농촌지역에 한정됐던 샤가스 병은 볼리비아 이민자를 통해 미국과 유럽으로 전파됐다. 모기가 옮기는 열대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하는 치쿤구니아 병도 인도를 여행한 사람들을 통해 2006년 유럽에 상륙했다. 기후변화로 세계 기온이 올라가면서 열대 모기가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해 병이 확산되기도 한다. 식품 등의 교역량이 증가한 것도 바이러스가 세계 각지로 옮겨 다니는 요인이 된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스콧 도월 국장은 “세계화로 질병 전파의 속도와 범위가 빨라져 통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염병의 세계화’에 맞선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빨라졌다. 국제공조가 이뤄지지 않아 초기 대응에 실패했던 사스와 AI 사태의 학습효과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6일 독감전문가 긴급위원회 회의를 열고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07년 국제 보건 규정을 개정한 이후 처음으로 전염병 감시통제 네트워크를 가동한 것. 세계은행도 26일 멕시코에 긴급자금을 지원키로 하고 개발도상국을 위한 보건지원금도 확대한다고 밝혔다.

각국 정부도 의심환자 발생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하면서 격리조치, 출입국자 검사, 검역확대, 여행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해외의 질병 발생 사실조차 몰랐던 과거와 달리 인터넷과 통신을 통해 관련 정보가 신속하게 전파되면서 환자 확인도 빨리 이뤄지고 있다. CDC의 로버트 브레이먼 박사는 “전염병의 빠른 확산이 세계화의 부작용이라면 재빠른 글로벌 방역전선 형성은 세계화의 긍정적 효과인 셈”이라며 “우리는 10년 전과는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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