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구자룡]스킨십 필요한 中내수시장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중국 장쑤(江蘇) 성 창저우(常州) 시는 24일 상하이(上海) 시와 장쑤 저장(浙江) 안후이(安徽) 성 등의 한국기업과 자영업자들을 대표하는 지역 상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유치 설명회를 열었다. 창저우 시정부는 시내 5성급 샹그리라 호텔에서 당서기와 부시장 등 간부들이 총출동해 첨단산업개발구 등 시의 투자환경을 설명하고 만찬도 제공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 투자유치단을 이끌고 한국에 와서 설명회를 가졌으나 어느 때부턴가 거의 사라졌다. 반대로 산둥(山東) 성의 어느 지방정부는 한국에 투자처를 물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창저우의 투자유치 설명회는 동부 연안 도시로서는 ‘끝물’에 가깝다. 몇 년만 지나면 이곳도 굳이 ‘대접하며’ 설명하지 않을 것이며, 투자자들이 찾아와 공장 용지를 찾아달라고 부탁할 가능성이 많다. 주변 상하이, 난징(南京), 쑤저우(蘇州) 항저우(杭州) 우시(無錫) 등 쟁쟁한 도시들에 가려 지명도가 떨어져 있을 뿐 이들 도시에 비해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저장 성 닝보(寧波)에서는 최근 500만 달러를 들고 온 한국 투자자를 “얼마나 첨단산업이고, 환경친화적이냐”고 물으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닝보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세일즈맨 같은 공무원이 원스톱 서비스를 하며 투자를 유치하는’ 투자유치 모범 도시 중 한 곳이었다.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하는 게 한국 경제에도 큰 과제가 됐다. 하지만 이미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은 데다 현지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중국 근로자의 임금도 크게 올라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공공기관의 콧대’도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실 이날 한국 기업인들이 창저우 시 고위 관계자들과 자리를 함께하며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재중국 상하이화동지역 한국상회(한국인회) 연합회’와 상하이총영사관이 아이디어를 냈기 때문이다. ‘3성(省) 1시(市)의 한국기업’이 뭉쳐서 함께 만나자고 제안하며 세를 과시한 것. 연합회 도학노 회장은 “주요 도시를 돌며 이런 행사를 가지면 지방정부와의 유대를 넓히고 스킨십을 강화해 사업에 큰 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회 소속 18개 지역상회 회장과 사무국장 등 80여 명은 24일과 25일 1박 2일 동안 중국의 달라진 환경에서 내수시장 개척을 위한 정보와 애로사항을 교환했다. 상당수 지회가 아직 단체 등록도 안 돼 있는데, 모 지회는 쓰촨(四川) 대지진 때 거액의 기부금을 거두고 각종 봉사활동에 참여해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근로자나 주민들과 충돌을 빚어도 ‘법대로’보다는 ‘법 이상으로’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는 충고도 있었다.

우시의 한국국제학교 관계자는 “중국과 한국 정부에서 초등학교 과정만 인가해 학생 수가 100여 명에 불과했으나 최근 중국 측에서는 유치원과 중고등학교 과정을 허가했다”며 “한국 정부도 가급적 빨리 추가 인가를 해 자녀가 다닐 학교가 없어 우수 인재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지역 활동임에도 상하이총영사관, KOTRA, 한국수출보험공사, 재중국한국인회 및 대한상공회의소 베이징사무소 관계자 등이 토요일 휴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참여해 기업인들의 애로를 듣고 지혜를 공유했다. 베이징으로 돌아오면서 중국 내수시장 파고들기가 쉽지 않지만 이런 노력들이 쌓이면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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