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유럽국 금융위기 어디서 시작됐나

  • 입력 2009년 2월 20일 16시 59분


◆동유럽발 금융위기 암운

(박제균 앵커) 전 세계 금융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 전 세계 금융권이 요동쳤던 지난해 말의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이런 불안의 근원지는 동유럽이라고 합니다.

(김현수 앵커) 이 지역에 10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 같은 사태가 오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동반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국제부 이정은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최근 동유럽의 금융시장이 크게 불안하다면서요?

(이정은) 네. 그렇습니다. 동유럽 국가들의 금융 시장에 잇따라 빨간 불이 켜지면서 디폴트, 그러니까 대규모 채무불이행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17일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내놓은 보고서가 위기감을 증폭시켰습니다. 무디스는 "동유럽의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깊고 오래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유럽 전체의 은행들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라고 경고했습니다. 또 다른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 푸어스도 이날 동유럽 은행들에 대한 신용등급을 낮출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동유럽의 금융위기가 서유럽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겁니다. 동유럽 은행의 대부분은 서유럽의 대형 은행의 자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75%에 이르는 자금을 동유럽에 대출해준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동유럽 은행이 무너지면 모회사인 서유럽 은행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는 프랑스 대형은행인 소시에테 제네랄을 포함해 스웨덴 독일 이탈리아 주요 은행들이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박 앵커) 사태가 서유럽으로 번지면 결국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금융시장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텐데요. 시장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이) 유럽 증시는 급락했습니다. 폴란드 증시는 무디스 보고서가 발표된 17일 7.5% 폭락했고, 체코 프라하 주식시장도 5년래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독일 닥스 지수와 프랑스 CAC-40 지수 같은 주요 증시 지수들 역시 3% 안팎까지 동반 급락했습니다.

환율도 요동쳤습니다. 폴란드 즐로티나 체코의 코로나 같은 동유럽 통화는 모두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도 크게 떨어진 상태입니다. 이는 동유럽 경제가 무너지면 서유럽 금융시장이 같이 붕괴할 수도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는 탓입니다. 최근 러시아 정부가 4000억 달러에 이르는 민간 부문의 채무 상환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김 앵커) 왜 동유럽 금융시장이 그렇게 된 건가요?

(이) 동유럽 신흥국가들은 최근 급격한 경제성장 속도를 유지해 왔습니다. 특히 2004년 유럽연합에 가입한 이후 성장세가 돋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흥은 서유럽 같은 해외의 부자 나라에서 나온 투자와 대출금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그런데 글로벌 경기침체로 어려움에 직면한 해외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내가기 시작하면서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지요.

이런 점들 때문에 이번 동유럽 금융위기는 10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 사태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라트비아와 헝가리,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이미 IMF, 즉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받았죠. 불가리아나 루마니아 같은 다른 동유럽 국가들도 조만간 IMF 자금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앵커) 동유럽에 앞서 최근 아일랜드와 아이슬란드도 비슷한 상황에 부딪힌 것으로 아는데요. 공통점이 있는 겁니까.

(이)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두 나라도 대규모 해외 투자와 차입금을 바탕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온 경우입니다. 아일랜드는 은행권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열 배를 넘어설 정도였어요. 아일랜드의 경우는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는데다 영국 같은 주변국가의 대출금 규모가 워낙 커서 국가부도를 맞을 경우 서유럽 경제는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전 세계 경기회복은 예상보다 더 더뎌질 전망입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로 예상됐던 글로벌 경제 회복시점이 늦춰지면 한국경제의 어려움도 가중될 수 있습니다. 동유럽 경제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박앵커) 안팎으로 어려운데, 좋은 소식은 안 들리고, 참 답답합니다. 이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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