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빅 브러더’ 논란

  • 입력 2009년 2월 9일 03시 14분


영국 정부가 자국민의 모든 해외여행 관련 정보를 저장하는 비밀 데이터베이스(DB) 구축작업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더 타임스는 영국 정보당국이 매년 2억5000만 명에 이르는 국경 입출국 승객들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좌석 예약상황, 여행 일정, 신용카드 정보 등을 저장하는 DB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8일 보도했다.

영국의 내무부 관계자는 “이 계획에 따르면 영국에 도착하거나 영국을 출발하는 비행기, 배, 철도 등의 티켓을 구입하는 모든 승객의 신상정보는 즉시 정보당국으로 보내지며 이 정보는 10년간 보관된다”고 시인했다.

해외여행자에 대한 정보를 보관 및 분석하는 스파이 센터는 맨체스터 인근의 위던쇼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경찰과 이민국 관리, MI5(정보기관), 사회보장급여 관리청 직원 등이 상주해 여행자들이 이민법을 위반했거나 범죄, 테러에 연계됐는지를 체크한다.

이 시스템은 2005년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추진한 ‘e-국경’ 프로그램의 하나로 비밀리에 추진돼 왔다. 그동안 영국정부는 히스로 공항과 개트윅 공항 등에서 의심스러운 일부 승객들의 이동정보를 감시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영국 정부는 2014년까지 연간 2억5000만 명에 이르는 모든 승객의 여행 정보를 DB로 구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야당 측은 ‘완전감시 사회’를 만들려는 의도라며 우려를 표했다. 부모들이 방학기간에 자녀들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다니는지, 연금 혜택자가 실제로 영국에 얼마나 머무르고 있는지, 여행의 동반자가 누구인지 등 사생활 정보가 정부에 의해 낱낱이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인 보수당의 크리스 그레일링 대변인은 “안보를 명분으로 사생활보호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빅 브러더 사회’가 오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반대했다.

반면 필 울라스 이민부 장관은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국경을 갖고 있다”며 “여행자에 대한 정보 확보는 범죄나 테러와의 싸움에 매우 강력한 도구”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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