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슬람 혁명 30년]주먹 펴고 美의 손 잡을까

  • 입력 2009년 2월 5일 02시 55분


오일머니로 아랍 맹주 부상… 신정체제 유지

최근 유가하락-실업난에 청년층 개방 요구

1979년 2월 11일 이란의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끄는 이슬람 혁명 세력은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슬람 공화국’을 건설했다.

이후 30년 동안 이란은 미국 주도의 서방 세계와 대립하며 신정(神政) 체제의 이슬람 국가를 유지해왔다.

▽굳건한 이슬람 체제=호메이니는 1979년 혁명에 성공한 뒤 이슬람 율법에 반하는 법률 제정을 금지하고, 이슬람에 반대하는 신문을 폐간했다. 음주와 서양영화 상영도 금지했다.

그는 반미 노선을 분명히 했다. 1979년 11월 테헤란에서 발생한 ‘미국 대사관 인질사건’으로 양국은 이듬해 단교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2년 이란을 북한,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엄격한 이슬람주의 고수는 여전히 이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1997년 당선된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했지만 보수파의 반발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란 혁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세계 체제에 대한 첫 반란”이라며 혁명을 지지했다. 이란 관영 프레스TV는 지난달 31일 “혁명으로 이란은 영혼을 되찾았다”고 자평했다.

반면 이란의 개혁파 정치인 라자발리 마즈루에이 씨는 AP통신에 “이란은 자주를 얻었지만, 자유와 정의를 실현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높아지는 변화의 목소리=석유 매장량 세계 4위인 이란은 ‘오일 머니’로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지구의 하마스 등 이슬람 무장세력에 자금을 지원하고 장거리 미사일과 핵 개발을 추진하며 아랍권에서 지역 맹주로 부상했다.

이란은 2일에는 자국 기술로 만든 첫 인공위성 ‘오미드’(희망이라는 뜻)를 발사했다. 미국 등은 이란의 위성발사용 로켓 제작기술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실업률이 급증하면서 이란의 젊은이들은 서방과의 교류를 재개해 경제를 살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뉴스테이츠먼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신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알아라비야TV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주먹을 펴면 우리의 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화해의 손짓을 보내 미-이란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6월 이란 대선에서 개혁파 후보가 당선된다면 양국 관계 개선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이란에서 급격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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