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中올해 8% 성장? 멀어져가는 믿음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8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올해 8% 이상의 성장’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소위 바오파(保八)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재천명한 셈이다.

‘바오파 정책’이란 중국 정부가 ‘최소 8%의 경제성장률’을 지키기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는 경기부양 정책을 가리킨다. 그런데 중국의 관변연구소를 제외하고는 원 총리의 이 말에 동의하는 분위기는 어디에도 없다.

유럽이나 미국은 물론이고 그동안 중국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우호적이던 한국의 금융회사들까지 슬슬 회의적인 태도로 돌아서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시각차에 대한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먼저 중국이 자신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지만 수출이 성장률에 기여하는 정도가 24%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3분기(7∼9월)부터 수출이 급격히 줄었지만 하이테크 품목에 대한 수출관세 철폐, 수출 부가가치세 환급률 상향 등의 정책적 조치로 적절한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어 수출하락이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두 번째로 산업재와 자본재 분야의 수출하락 역시 4조 위안에 이르는 내수부양책으로 완충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외부의 시선은 차갑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중국의 재정건전성이 우량하다는 것은 과거지사일 뿐이다. 중국은 스스로도 밝혔듯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3% 수준이 적절하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최근 4조 위안 수준의 재정을 경기부양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것은 2010년 예상 GDP 33조 위안의 무려 12%에 해당하는 규모다. 민간부문이 취약한 중국에서 이러한 재정적자의 심화는 국채발행의 증대와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이어지기가 쉽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공언한 4조 위안의 재정투입이 실제로는 1조2000억 위안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중국 고위층 스스로 ‘과거 경험상 재정투입의 3배에 해당하는 승수효과’를 언급함으로써 그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재정의 승수효과도 중국이 과거 임가공 수준의 산업에 머무르고 있을 때 이야기다. 즉 과거 재정투입이 건설 등의 사회간접자본(SOC)에 집중됐고 이 돈이 빠르게 순환하면서 전후방 각 분야에 영향을 미쳐 나타났던 것일 뿐, 현재의 중국에서도 과연 그만큼의 승수효과가 가능할 것인지는 따져보지 않은 것이다.

결국 중국은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고, 중국의 고민이 깊어가는 만큼 우리의 고민도 같이 깊어지고 있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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