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이던 자이툰 병력 “왔다” 일제 탄성

  • 입력 2008년 12월 13일 02시 58분


자이툰부대의 3차 철수 병력들이 11일 오후(현지 시간) 이라크의 아르빌 공항에 도착한 공군 다이만부대 소속 C-130 수송기를 바라보고 있다. 아르빌=윤상호  기자
자이툰부대의 3차 철수 병력들이 11일 오후(현지 시간) 이라크의 아르빌 공항에 도착한 공군 다이만부대 소속 C-130 수송기를 바라보고 있다. 아르빌=윤상호 기자
■ 다이만부대 철수작전 르포

“아르빌 상공 짙은 안개”… 2시간 선회… 연료부족 복귀… 수송기 대체

“병력-물자 안전 철수 가장 중요한 임무 시작”

아르빌∼쿠웨이트 10여차례 오가며 비지땀

“드디어 착륙한다.”

11일 오후(현지 시간) 자이툰부대 주둔지에서 차량으로 10여 분 떨어진 이라크의 아르빌 공항.

이날 쿠웨이트의 알리 알 살렘 기지로 이동하는 자이툰부대 3차 철수병력 50여 명은 탄성을 터뜨리며 일제히 활주로 인근 상공을 주시했다.

자이툰부대의 철수작전(개선문작전)을 직접 취재하기 위해 아르빌에 온 기자도 숨을 죽였다.

곧이어 낮게 깔린 구름을 뚫고 C-130 수송기가 굉음을 내며 활주로에 안착했다.

기체에는 대형 태극무늬와 ‘대한민국 공군’ 표시가 선명했다.

수송기가 활주로에 멈춰선 뒤 기체 뒤편의 화물칸이 열렸다. 철수 병력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각자 짐을 챙겨 들고 질서 있게 탑승했다.

철수병력과 장비를 쿠웨이트까지 실어 나르는 이 수송기는 이날 예정보다 3시간이 지나서야 땅에 내릴 수 있었다.

이른 오전부터 공항 인근 지역에 불과 200m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짙은 안개가 끼어 도저히 착륙할 수 없었기 때문. 쿠웨이트에서 1시간 50분을 날아온 수송기는 2시간 이상 공항 상공을 맴돌며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려야 했다.

지상에서 기다리던 철수병력들도 “이렇게 심한 안개는 처음”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일부 장병은 “아르빌이 자이툰과 작별하기 싫어하는 것 같다”며 수송기 엔진소리가 울려 퍼지는 공항 상공을 한참 동안 쳐다봤다.

짙은 안개가 계속되면서 공항 상공을 선회하던 수송기는 연료 부족으로 쿠웨이트로 복귀했고, 다른 수송기가 재투입돼 임무를 마칠 수 있었다.

최근 자이툰부대는 4년 3개월 동안 이라크의 평화 재건임무를 끝냈지만 공군 다이만부대는 지금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 중이다.

귀국편 민항전세기가 쿠웨이트 기지에 도착할 때까지 다이만부대의 수송기 2대는 쿠웨이트와 아르빌을 10여 차례 오가며 자이툰부대 철수 병력과 물자를 실어 날라야 한다.

며칠 전에는 이라크 대사관의 경비임무를 맡아 온 해병요원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바그다드를 다녀오기도 했다.

고석목(공사 31기·공군 대령) 다이만부대장은 “조종사 등 부대원들이 빡빡한 철수 일정을 소화하느라 힘들지만 이라크 파병의 처음과 끝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이툰부대의 병력과 물자수송을 맡은 다이만부대는 지난달 6000시간 무사고 비행기록을 달성했다. 4년 3개월간 지구 둘레 80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돌며 병력 4만3000명, 군수물자 4500여 t을 실어 날랐다.

한여름 섭씨 50도 이상의 폭염과 살인적인 모래폭풍, 적대세력의 공격위협 등 갖은 악조건 속에서 이뤄낸 성과라고 부대 측은 설명했다.

자이툰부대원들을 쿠웨이트로 이동시키는 작전을 끝낸 뒤 다이만부대는 ‘마지막 임무’를 수행한다. 부대장을 비롯한 조종사 요원들은 철수 물자를 가득 싣고 인도와 태국, 필리핀을 거치는 3박 4일간의 긴 비행을 통해 20일경 귀국할 예정이다.

이 수송기들이 서울공항에 무사히 착륙하는 순간 4년 3개월간의 이라크 파병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아르빌=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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