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생활 비용부담 가중 “7만명이던 왕징 한국인 5만이하로”

  • 입력 2008년 12월 1일 02시 59분


북적이는 대학 구내식당30일 중국 베이징어언대 구내식당 모습. 원화가치가 폭락하면서 중국에 있는 한국 유학생들은 구내식당에서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하는 등 최대한 돈을 아껴 쓰고 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북적이는 대학 구내식당
30일 중국 베이징어언대 구내식당 모습. 원화가치가 폭락하면서 중국에 있는 한국 유학생들은 구내식당에서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하는 등 최대한 돈을 아껴 쓰고 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기업인 임대료 떼여도 사업접어

유학생 상대 현지학원도 된서리

“환율이 무서워 한국 식당도 못 가요. 대개 구내식당에서 5위안(약 1070원)짜리 중국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죠.”

중국 베이징(北京)어언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는 장은실(24·여) 씨는 30일 “요즘 환율 때문에 유학생들의 생활이 말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털어놓았다.

▽자린고비로 변한 유학생=B대 번역학과에 다니는 김모(27) 씨는 50위안인 이발비도 아끼기 위해 이제는 30위안을 받는 중국동포 이발사를 찾는다. 가끔씩 친구들과 어울려 마시던 술은 이제 엄두도 못 낸다. 한 번 가면 100∼300위안(약 2만1420∼6만4270원)씩 들기 때문이다.

화베이(華北)전력대에 다니는 송은주(24) 씨는 가끔 사 입던 옷도 요즘엔 안 산다. 한 벌에 250∼300위안 수준이어서 이제는 한국에서 사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자린고비 생활이지만 남아 있는 유학생들은 그래도 행운아에 속한다. 형편이 어려운 일부 유학생들은 급등하는 유학비에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6만여 명의 한국 유학생 가운데 올해 9월 이후 10%가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학생 관련 업계 ‘된서리’=유학생들이 속속 귀국하면서 이들을 상대로 하는 학원, 여행사, 부동산 중개소가 된서리를 맞았다.

중국어능력시험(HSK)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학생들이 몰려 있는 우다오커우(五道口) 지역 학원들의 HSK 수험반엔 학생이 10∼20명에 불과하다. 예전엔 100∼200명씩 몰렸다.

대형 유학생 학원인 디추춘(地球村)학원 관계자는 “유학생들이 학원비를 가장 먼저 줄이고 있다”며 “수강생이 우리는 30%가량 줄었지만 다른 곳은 절반 이상이 줄어 도산 직전”이라고 전했다.

부동산 업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방 2개짜리 아파트는 예전엔 4000∼6500위안을 월세로 받았지만 지금은 2300∼4000위안으로 내렸다. 원룸 역시 3000위안에서 2000∼2600위안으로 하락했다.

학생을 상대로 하는 여행사들은 더욱 어렵다. 베이징신화(新華)국제여행사의 한 직원은 “지금이 장자제(張家界)와 구이린(桂林), 하이난(海南) 섬이 성수기인데, 최근에 여행을 가겠다고 찾아온 학생 중 한국인 유학생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기업인, 자영업자들도 ‘탈중국’ 러시=한국인들이 몰려 사는 왕징(望京)의 B아파트에 내년 3월까지 월세를 얻어 놨던 무역업자 A 씨는 이달 초 서둘러 한국으로 돌아갔다. 임대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면 1개월 치의 임대료 3500위안(약 75만 원)을 떼이지만 더 머물수록 손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중국한인회 관계자는 “6만∼7만 명이던 왕징의 한국인이 최근 5만 명 이하로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족 자치주인 옌볜(延邊)에서는 앞으로 원화의 가치가 올라갈 것에 대비해 한국 돈을 사두려는 재중 동포들이 늘면서 한국 돈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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