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부실은행 지분 직접인수 고심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2시 54분


美 “중앙은행 공조”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8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세계 중앙은행 간 공조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美 “중앙은행 공조”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8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세계 중앙은행 간 공조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佛 “은행파산 대처”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가 8일 의회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위기 토론에서 세계 주요국 금리 인하가 위기 대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연설하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佛 “은행파산 대처”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가 8일 의회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위기 토론에서 세계 주요국 금리 인하가 위기 대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연설하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伊 “은행예금 보장”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8일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 은행들은 튼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은행예금을 최대 10만3000유로까지 보장하기로 했다. 로마=로이터 연합뉴스
伊 “은행예금 보장”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8일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 은행들은 튼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은행예금을 최대 10만3000유로까지 보장하기로 했다. 로마=로이터 연합뉴스
■ 금리인하 약발 안먹히는 시장

시장 반응 미지근… 시장금리 오히려 크게 올라

금융기관 부실자산 예측못해 자금거래 위축된 탓

정부가 모기지 직접매입-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미국 의회의 7000억 달러 구제금융법안 통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업어음(CP) 매입, 세계 중앙은행들의 동반 금리인하….”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사상 유례가 없는 조치들이 연일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은 아직 만족할 만한 반응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은행들은 서로를 믿지 못해 돈을 빌려주기를 꺼리고 있다. 투자자들도 돈을 움켜쥐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추가로 동원할 만한 조치로 △추가 금리인하 △은행에 대한 정부 출자 △주택 소유자로부터 모기지 직접 매입 등이 거론되지만 시장을 설득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 유례없는 조치에도 잘 움직이지 않는 금융시장

미 FRB, 유럽중앙은행(ECB), 영국은행, 중국 인민은행 등 7개 중앙은행들이 8일 동시에 금리를 인하했다. 1930년대 대공황 때도, 2001년 9·11테러 때도 없었던 일이다. 정책금리 인하는 주식 투자자들이 목말라하는 뉴스다.

그런데도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장 마감 직전에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반등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동안 미 정부가 몇 차례 강력한 대책을 내놓아도 시장은 대체로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들이 시장에 먹혀들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서로 얼마나 부실을 안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해 자금거래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

이를 반영하듯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8일 리보(런던은행 간 금리로 국제금융시장에서 기준 금리역할을 함)는 사흘째 치솟았다. 하루짜리 달러를 빌릴 때 적용하는 리보는 전날보다 1.44%포인트나 오른 5.38%를 기록했다.

○ 부실 금융사 해결 ‘스웨덴 방식’ 도입 검토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미국 유럽 등이 추가로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미국 정부는 은행에 직접 자금을 투입해 지분을 매입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영국이 8일 500억 파운드(약 122조 원)를 들여 8개 금융회사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것과 같은 조치다.

그러나 문제는 일부 은행이 금융시장을 좌우하는 영국과 달리 미국은 상업은행 투자은행 지방은행 저축대부조합 등 금융회사 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투입할 수 있는 공적자금에 한계가 있고 △민간 금융회사에 대한 정부 개입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고 △정부 출자 대상 금융회사가 파산 위험이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보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은행 출자를 유용한 대안으로는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민간 전문가들은 은행 등의 자본 확충은 불가피하다며 미국 정부가 부실자산 매입 대신 은행 출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부실 금융회사를 국유화한 뒤 강력한 구조조정 등으로 회사 가치를 높인 후에 지분을 팔아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스웨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2년 말 스웨덴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4%에 해당하는 183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조성해 은행 5곳의 부실 자산을 보증하는 대가로 이들 은행의 주식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1990년대 초 스웨덴 정부가 실시했던 방안, 즉 금융시스템을 부분적 혹은 일시적으로 국유화하는 대책이 이번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훨씬 좋은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도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약 110조 원에 달하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한편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부실한 금융기관을 사실상 국유화해 경영을 정상화시켰다.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은 외환위기 당시 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부실채권 매입뿐 아니라 부실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 등도 병행해서 위기를 극복했다”며 “현재 미국의 구제금융방안은 캠코 역할만 보일 뿐 예보 역할은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 美 월말께 0.25%P 인하 점쳐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이 앞으로도 추가로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금리선물 시장 트레이더들은 미 FRB가 28, 2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일부 투자자들이 FRB에 제로금리에 근접할 정도로 연방기금금리를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는 8일 경매처분 위기에 처한 수백만 명의 주택소유자들이 정부보증으로 모기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가 금융회사의 모기지 자산을 매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택소유자로부터 모기지를 직접 매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RB가 취할 또 하나의 조치는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이해하기 힘든 파생금융상품 거래를 청산할 청산소를 설립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CNBC 방송은 이와 관련해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신용부도스와프(CDS) 청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회의를 소집했다고 8일 보도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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