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쇼크’ 후폭풍]모기지 편식 ‘IB 공룡’ 잇단 몰락…

  • 입력 2008년 9월 17일 02시 55분


고위험 고수익시대 저무나

■ 투자은행 지고, 상업은행 새 금융 강자로

자본의 35배까지 빌려 투자… 시장 신뢰상실땐 파산 위험 커

BoA, 메릴린치 인수 계기로 상업은행 안정적 수익모델 부각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그동안 세계 금융시장을 선도해오던 투자은행(IB)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현재 미국 5대 투자은행 가운데 살아남은 회사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뿐이다. 월가에선 투자은행의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고위험-고수익)’ 수익모델이 더는 유효하지 않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같은 상업은행이 금융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는 전망에 갈수록 무게가 실리고 있다.

○ 투자은행, 왜 무너졌나

예금을 받아 대출과 유가증권 투자 등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상업은행과 달리 IB는 인수합병(M&A) 중개, 회사채 발행 주간사회사, 파생상품 거래 중개 등 투자자 사이의 거래를 연계해주고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는 수익모델을 추구해왔다.

금융시장 규모가 커지고 금융상품 거래가 급증하면서 IB들은 그동안 엄청난 이익을 올려왔고 금융업 종사자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됐다. 미국 명문경영대학원 졸업생의 취업 희망 1순위도 항상 투자은행이 독차지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IB들은 투자자 간 거래를 중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자금을 조달해 파생상품 등 채권이나 부동산 자산 등에 투자해왔다. 일부는 저금리를 활용해 자기자금의 35배까지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섰다가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큰 손실을 봤다. IB들은 시장의 신뢰를 잃었고 유동성 위기에 부닥칠 수밖에 없었다.

IB 몰락의 원인은 내부통제시스템 부재와 당국의 느슨한 규제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경영위기에 몰린 스위스계 금융기업인 UBS의 자체보고서를 인용해 “IB부문이 파생상품 등 고위험, 고수익 투자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자 최고경영진은 리스크 노출에 눈을 감았고 내부통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똑똑한 월가 수재들이 만들어낸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알기 위해선 박사 과정 수준의 수학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품의 구조가 복잡해 경영진이 그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 투자은행 시대는 갔나

미국 월가에서는 BoA의 메릴린치 인수를 계기로 금융시장의 선도 역할이 IB에서 상업은행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5일 “최근의 금융위기는 자기자본이 적고 외부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큰 투자은행 수익모델의 취약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켓워치도 “리먼브러더스의 몰락과 메릴린치의 매각 이후 독립 IB 모델의 생존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IB는 고객이 맡긴 예금을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상업은행과는 달리 필요한 자금을 시장에서 차입해 조달하는 구조여서 ‘신뢰 상실=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아직 IB 시대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은 회사들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나IB증권 이찬근 사장은 “아직 IB 모델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리먼브러더스는 부동산 부문에 대한 투자를 과도하게 늘렸던 것이 문제였지 리스크관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IB 고유의 모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이런 가운데 살아남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운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회사는 모기지 부실과 유동성 압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은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일각에선 두 회사에 대해서도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15일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주가는 각각 12%와 14% 하락했다.

특히 ‘투자은행 중의 투자은행’으로 월가 최고의 인재가 몰려 있는 골드만삭스가 오늘날처럼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은 지난해만 해도 생각하기 힘들었던 현상이다.

그렇지만 두 회사의 몰락까지 예상하는 투자가나 증시 전문가는 많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UBS의 애널리스트인 글렌 쇼 씨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두 회사는 다른 IB에 비해 위험이 상대적으로 잘 분산돼 있으며 믿을 만한 자금조달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이진아 인턴기자


▲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정주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 영상취재 :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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