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쇼크’ 후폭풍]“내 돈 어떻게 되나” 투자자 전화 빗발

  • 입력 2008년 9월 17일 02시 55분


■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주변

금감원 현장실사… 직원들 망연자실

“인력감축 태풍오나” 벌써부터 걱정

AIG생명 “국내 계약자 보호 문제없다” 해명 진땀

‘은행법 46조에 의해 리먼브러더스 뱅크하우스 서울지점의 업무가 정지됐음을 알려드립니다.’

1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의 금색 문패 위에는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름으로 된 ‘긴급조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100여 명에 이르는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직원들은 각종 업무를 처리하느라 분주했지만 표정은 굳어 있었다.

금융위는 이날부터 12월 15일까지 3개월간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의 예금·여신 취급업무, 자산의 처분 등을 정지시켰다. 다만 채무 결제와 선물시장의 미결제약정 해소 거래는 정지대상에서 제외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직원 4명을 리먼브러더스 뱅크하우스와 리먼브러더스증권 서울지점으로 각각 파견해 리먼 측 직원들과 업무 협의에 들어갔다. 금감원 직원들은 자산, 부채, 자금거래 상황 등에 대한 실사를 하는 한편 영업정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했다.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의 한 직원은 “파산 소식이 알려진 15일부터 리먼브러더스가 유동성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주식워런트증권(ELW)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며 “회사 전체가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부장은 “말할 수 없이 참담한 분위기”라며 “본사의 리더십이 실종돼 의사결정을 내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이직이 쉽고 스카우트 문화가 발달해 있지만 금융계 전체가 충격에 빠진 만큼 직원들은 금융계 인력 감축에 대해서도 불안해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이렇게 큰 회사가 파산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업계 전체가 충격을 받아 예전만큼 이직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AIG생명 국내사업부는 이날 오전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한국 보험 계약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AIG생명에는 본사의 긴급자금 지원 요청으로 피해를 보는 게 아닌지를 묻는 보험 계약자들의 전화 문의가 이어졌다. 직원들은 “국내에서 영업 중인 AIG는 충분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계약자 보호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의 매각이 결정된 메릴린치코리아는 상대적으로 차분했다. 직원들이 분주하게 복도를 오가는 리먼브러더스와 달리 서울 중구 태평로1가 서울파이낸스센터에 있는 메릴린치 사무실은 조용했다.

메릴린치의 한 직원은 “(파산한) 리먼브러더스와 달리 회사가 매각돼 오히려 상황이 좀 더 나아진 것 아니냐”며 “전 직원이 차분히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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