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00억달러 쏟아붓는다지만…

  • 입력 2008년 9월 10일 03시 02분


미국 정부가 7일 양대 모기지 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대대적인 구제 조치를 발표한 이후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이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 내에서는 이번 조치를 둘러싼 새로운 논란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신용위기 해결될 것인가

미국 정부의 모기지 업체 구제 조치로 글로벌 신용위기가 해결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8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에 비해 290.43포인트(2.59%) 상승한 11,510.74로 마감했다. 미국 정부가 파산 위기에 빠진 모기지 업체를 구제함으로써 금융시장이 정상을 찾아갈 것이라는 월가의 폭넓은 기대를 반영한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국 증시가 급등한 것은 최근 단기 급락에 따라 반등한 것에 불과하며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캐시 보일 채핀힐투자자문 대표는 “장기적으로 볼 때 스태그플레이션(성장률 하락 속 물가 상승) 상황에 놓인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개입 지나치지 않나

이번 조치로 시장에 대한 미 정부의 개입과 역할이 지나치게 확대되고 있다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8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미국은 중국보다 더한 사회주의 국가, 그것도 부자들을 위한 사회주의 국가”라며 “왜 내가 이런 일에 세금을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가 ‘행동주의’에 나섰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정부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 재무부는 이번 조치는 미국과 전 세계의 금융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으며 다른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현재 상태에서 가능한 최선의 방법이고 가장 현명한 조치”라고 거들었다.

○CEO들만 배불린 셈?

두 모기지 업체의 주주들은 고스란히 책임을 안게 되지만 떠나는 두 업체의 최고경영자(CEO)들은 거액의 퇴직금을 챙기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패니메이 주가는 89.6%(6.31달러) 폭락한 0.73달러로, 프레디맥은 82.7%(4.22달러) 주저앉은 0.88달러로 장을 마쳤다. 미국 정부의 배당금 지급 중단 등으로 휴지조각이 된 것이다.

반면 이번 조치로 사임한 패니메이의 대니얼 머드 CEO는 위로금과 명예퇴직금, 유보상여금 명목으로 930만 달러(약 101억 원)를 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디맥의 리처드 사이런 CEO도 퇴직위로금 명목으로 1410만 달러(약 154억 원)를 받는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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