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후지와라 기이치]中日, 오바마 두려워할 필요없다

  • 입력 2008년 7월 25일 02시 59분


2006년 중간선거 이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진 채 임기 말을 맞이하고 있다. 연임했으면서도 이처럼 오랜 기간 인기가 저조했던 정권은 처음이다.

로널드 레이건 정권 뒤의 조지 부시, 빌 클린턴 정권 뒤의 앨 고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2기 연임한 정권 뒤에는 여당 부통령이 대통령에 입후보하곤 했다. 연임은 국민 지지가 높다는 것을 나타내므로 이를 배경으로 여당이 정권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딕 체니 부통령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하지 않았다. 그가 고령인 점 외에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점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에너지나 환경 등에서 부시 대통령과 다른 정책을 공언하고 있다. 부시는 자기 정당으로부터도 버림받은 대통령인 셈이다.

미국 밖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당초부터 부시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유럽은 이미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오바마 후보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방문한 뒤 독일 베를린을 비롯한 유럽 각지를 돌 계획이다. 미국 국내 이상으로 해외에서 부시 정권 퇴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세계도 민주당 정권하의 미국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세계’에는 예외가 있다. 일본과 중국이다.

최근 일본에서 ‘미국에 민주당 정권이 등장하면 미일관계가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오바마 후보가 우세’라는 말에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유럽과 달리 일본에서는 민주당보다 공화당이 지지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예전부터 일본의 정·관가에서는 노동조합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에 대해 ‘보호무역주의에 치우치기 쉽다’는 이유로 경계심을 갖는 일이 많았다. 미일 무역분쟁이 가장 심했던 때가 레이건 정권이었는데도 이런 사실을 믿지 않는다. ‘오바마 정권이 오면 세계 공황이 일어날 것’이라는 식의 논란이 심각하게 일어나는 곳도 일본뿐일 것이다.

중국 역시 미국 민주당 정권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다. 미중관계를 호전시킨 것이 닉슨 정권이었기 때문에 중국 지도부에는 ‘공화당은 친중, 민주당은 반중’이라는 고정관념에 가까운 인식이 있다. 민주당 정권이 등장하면 민주화 압력이나 무역분쟁 등이 거세질 것을 우려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중동에서 실패를 거듭한 부시 정권도 동아시아 정책에서는 실패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지난 8년간 미중관계와 중-일관계는 모두 안정됐다. 한미관계만은 여러 차례 흔들렸지만 밖에서 볼 때 한국의 국내 정치가 원인이었지 부시 정권 쪽은 아니었다. 결국 유럽과는 반대로 ‘민주당 정권의 도래를 두려워하는 중-일 양국’이라는 구조는 “공화당 정권하에서 안정됐던 동아시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실제와 차이가 있다. 중동정책을 백악관이 직접 관리한 것과 달리 동아시아정책은 국무부가 큰 역할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북정책을 예로 들더라도 ‘악의 축’ 같은 극단적인 표현은 나왔지만 실제 정책에서는 민주당 전 정권과 공화당 정권 사이에 연속성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미국 대통령이 바뀌면 정책이 바뀐다고 할 수만은 없다. 문제는 대통령이 민주당인가 공화당인가가 아니고 이를 바라보는 측의 ‘특정 정당과 정책을 연결시키는 성급한 태도’ 쪽에 있는 게 아닐까.

후지와라 기이치 도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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