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오일 위세 러시아 길들이자”

  • 입력 2008년 5월 27일 02시 58분


가스차단-미사일 배치에 반감

내달 정상회담때 시장 개방 등

신임 메드베데프 압박 나설듯

“에너지 자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러시아의 기세를 꺾어라.”

6월 26일 러시아 한티만시스크 시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러시아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럽 국가 대표들의 어깨에 지워진 정치적 특명이다.

모스크바타임스는 26일 ‘유럽과 러시아의 협력 관계를 규정한 동반협력협정(PCA) 개정이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라고 보도했다.

PCA는 지난해 이미 효력이 끝났지만 양측의 의견 차이로 개정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협정 개정이 지연되는 사이 고유가로 힘을 키운 러시아는 올 2월 우크라이나로 가는 천연가스를 차단하며 유럽 국가들을 추위의 공포로 떨게 했다.

러시아는 나아가 석유와 가스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유럽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현 총리) 전 러시아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이미 제쳤으며 조만간 영국을 앞질러 세계 6위로 오를 것”이라고 선언했다.

러시아 GDP의 4분의 1은 천연가스 수출에서 나온다. 유럽은 천연가스를 대량 구매하며 러시아를 키워준 주요 고객이다. 그런데도 유럽 국가들은 최근 국제 유가 폭등에 따라 값비싼 가스를 사면서 러시아로부터 가스 차단이나 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 불이행, 미사일 배치 같은 협박까지 받아왔다.

이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을 전후해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 본때를 보여줄 것”이라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특히 5월 취임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푸틴 전 대통령의 노선 따르기를 굳히기 전에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EU집행위원회는 러시아의 반(反)시장적 자세를 연일 비난하며 “러시아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 전에 시장을 더 개방해야 한다”고 압력을 넣고 있다.

러시아가 수출용 목재에 부과하는 세금이나 유럽 항공사들이 러시아 영공을 통과할 때 내는 통과세, 유럽 쇠고기 수입 금지 등도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 유럽 국가들의 주장이다.

이번에 러시아를 방문하는 마르크 프랑코 EU대표단장은 ‘유럽 국가들이 협상에서 불리하지 않으냐’는 질문을 받고 “러시아가 한목소리로 말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이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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