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08 +10&-10]<30·끝>선진국에선

  • 입력 2008년 5월 26일 02시 57분


獨 “TV본후 플러그 뽑아” 78%

집 매매땐 ‘에너지 증명서’ 요구

GDP 증가 불구 에너지 소비는 계속 줄어

“세 사람이 성냥을 쓸 일이 있어야 비로소 성냥을 켠다.”

경제개발 시대 각종 강연에서 흔히 언급되던 독일인들의 절약정신을 상징하는 이야기다. 실제 독일인들에게 물어보면 “절대 과장이 아니다”라고 대답한다. 오늘날은 어떨까.

3월 독일연방 에너지 및 수자원관리협회(BDEW)는 각 가정의 에너지 절약 실태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다. 조사 대상자의 78%는 저녁 TV 시청을 끝낼 때 플러그를 뽑는 등의 방법으로 전원을 완전히 차단한다고 대답했다. TV의 ‘끄기’ 스위치만 누르는 사람이 5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는 말이 된다. 에너지 절전형 전구를 사용하는 가정도 6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 내 에너지 소비 크게 억제=“각 주택의 에너지 효율 향상은 주택 소유주의 의무입니다.”

지난해 7월부터 독일 정부는 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한 차원 높이기 위해 주택에너지 증명서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주택을 매매하거나 임대할 때 그 집이 어느 정도의 에너지 효율성을 갖고 있는지 증명하는 서류를 주고받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 전체 에너지 소비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가정 내 에너지 소비를 크게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 정부는 이를 위해 40억 유로를 들여 분 단위로 정확한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할 수 있는 하이테크 계량기를 각 가정에 보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풍력·수력 발전량 30% 넘게 증가=BDEW는 지난해 독일에서 석유를 사용한 화력발전량이 9.7%, 원자력 발전량은 무려 16.1%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의 친환경 발전 요구를 연방정부가 받아들여 원자력·화력 발전시설을 폐쇄하거나 축소한 결과다. 이렇게 줄어든 발전량은 ‘친환경적’ 발전시설로 대체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독일의 풍력·수력 발전량은 무려 32.4%나 증가했다.

매년 5월 하노버에서 열리는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5개 전시관 중 1곳 이상을 에너지 효율 관련 전시가 차지한다. 풍력·조력발전 설비, 자동화를 통한 에너지 효율 향상 장치 등을 둘러보기 위한 전 세계 상공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기존 에너지 생산시설을 친환경 시설로 대체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독일은 1990년 이후 국내총생산(GDP)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도 정부와 가정, 기업이 모든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에너지 소비가 줄어드는 이례적인 성공을 이뤘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환경장관은 지난해 “독일은 2020년까지 매년 3%씩 에너지 효율을 높여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은 국가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가브리엘 장관은 철도요금에 포함되는 부가세를 경감해 항공 여객 수요의 많은 부분을 철도로 돌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싼 기름 찾아 국경 넘기 불사=최근 독일에는 ‘탕크투리스무스(Tanktourismus)’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주유하다는 뜻의 ‘tanken’과 관광이란 뜻의 ‘Tourismus’를 합성한 말.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싼 기름을 찾아 국경을 넘어 다니는 현상을 이른다.

독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가 폴란드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곳에 위치한 알베크 지역의 독일인들은 요즘 기름값이 싼 폴란드로 국경을 넘어 기름을 넣으러 다닌다.

알베크에서 가장 가까운 폴란드 주유소까지는 겨우 11km 떨어져 있다. 알베크에서 토탈 주유소를 운영하는 패히터 로소 씨는 “올 1분기 판매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30%가량 떨어졌다”며 “수익 감소로 직원 한 명을 해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숨을 지었다.

독일은 유럽에서 기름값이 가장 비싼 나라 중 하나. 국경을 접한 9개국 중 폴란드 체코 오스트리아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의 기름값이 독일보다 싸다.

알베크(독일)=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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