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08 +10&-10]선진국에선<26>

  • 입력 2008년 5월 13일 02시 59분


TV 전원 끈 채 진열일본 이바라키 현 미토 시에 있는 한 전자제품 양판점. 전기를 아끼기 위해 일부 TV는 전원을 끈 채 진열해 놓고 있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TV 전원 끈 채 진열
일본 이바라키 현 미토 시에 있는 한 전자제품 양판점. 전기를 아끼기 위해 일부 TV는 전원을 끈 채 진열해 놓고 있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日, 온가족 쓴 목욕물 → 세탁 → 변기 ‘再再활용’

절약습관 생활화… 에너지효율 세계 최고

집에 전기량 계측기 달아 매일 성과 확인

지난해 승용차 판매 1∼3위 경차가 석권

일본의 에너지효율은 러시아보다 10배, 중국 인도보다 9배가량 높다. 선진국인 미국과 비교해도 2.7배나 높다.

일본의 에너지절약 기술을 다른 나라에까지 보급하면 전 세계 원유소비량을 30% 줄일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올 정도다.

일본이 이처럼 세계 최고의 에너지효율을 자랑하게 된 것은 일반인들의 생활 깊숙이 뿌리 내린 에너지 절약 습관이 산업현장과 국가정책에까지 이어진 결과다.

▽에너지 내비게이터로 절전효과 확인=2층짜리 목조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A 씨 부부는 가전제품으로 에어컨(일본은 바닥 난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에어컨이 난방기능을 겸함) 5대와 냉장고, 세탁기, TV, 비디오, 전기밥솥, 전기보온병, 전자레인지, 전기 변좌 등을 1대씩 보유하고 있다.

A 씨 부부는 다른 2인 가정보다 전기 사용량이 많다고 생각하고 2006년 초부터 체계적인 절전 계획을 세워 실천에 들어갔다. 콘센트나 플러그는 스위치가 붙어 있거나 표시 램프가 있는 제품으로 모두 바꿨다. 쓰지 않는 플러그를 귀찮아서, 혹은 깜박 잊고 꽂아두지 않기 위해서였다.

A 씨 부부는 에너지절약센터에서 에너지 절약 내비게이터도 빌렸다. 이는 실내에 설치하는 전기사용량 계측장치로 사용량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매일매일 절약 성과를 눈으로 확인하면 계획을 실천하는 데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는 A 씨 부부의 판단은 적중했다.

A 씨 가정의 연간 ‘대기전력’(전원을 끈 상태에서도 전기제품이 소비하는 전력) 사용량은 예전의 3.4%로, 밥과 물을 따뜻하게 보관하는 데 필요한 ‘보온전력’ 사용량은 11.0%로 줄었다. 비수기인 10, 11월을 기준으로 A 씨 부부의 월평균 전기사용량은 304kWh로 1년 전에 비해 13%가량 줄었다.

▽욕조에 물 받아 온 가족이 이용=사쿠라이 이즈미(櫻井泉·49·신문기자) 씨 집에서는 욕조에 물을 받아놓은 뒤 온 가족이 차례로 들어가 목욕을 한다. 가장인 아버지가 가장 먼저 욕조에 들어갔다 나오고, 다음은 대학과 고교에 다니는 두 아들 차례이며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그 물에 목욕을 한다. 이 순서는 바뀔 때도 있다.

앞사람이 사용한 물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쓰는 것은 대부분의 일본 중산층 가정이 마찬가지다. 사춘기를 맞은 딸들은 “아빠가 들어갔다가 나온 물에 들어가기 싫다”면서 ‘반항’을 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엄마의 설득이나 위협 앞에 ‘항복’한다.

온 가족이 사용한 목욕물은 보관해뒀다가 세탁을 할 때 쓴다.

사쿠라이 씨는 “세탁용으로 쓴 뒤에도 물이 절반가량은 남는다”면서 “나머지 절반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2년 전 TV에서 좋은 벤치마킹 사례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가 소개한 방법은 2L짜리 페트병 20개 정도에 나머지 물을 담아놨다가 화장실용으로 쓰는 것. 사쿠라이 씨는 “변기의 물을 한번 내릴 때 페트병 1개 반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13번은 거뜬히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차 선호, 평일엔 대중교통 이용=가속 페달을 적게 밟는다, 공회전을 줄인다, 짐을 적게 싣는다 등의 절약 요령을 세심하게 실천하는 일본인도 많지만 그 이전에 큰 차보다는 작은 차를,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일본인들의 상식이다.

일본산 고급 자동차들은 최근 미국과 유럽의 경쟁 브랜드를 제치고 세계시장을 활보하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

지난 한 해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승용차는 1위가 스즈키의 ‘왜건R’, 2위는 다이하쓰공업의 ‘무브’, 3위는 혼다의 ‘피트’, 4위는 도요타의 ‘코롤라’였다. 1∼3위를 배기량 660cc 미만의 경차(輕車)가 석권한 것. 일본에서는 2004년 이후 4년째 경차가 연간 승용차 최다판매 기록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도쿄(東京) 등 대도시에서는 평일의 경우 경차마저 집에 세워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도쿄 도심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승용차로 통근하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다. 사원용 주차장이 있는 회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유료주차장을 이용하기도 쉽지 않다. 도쿄 시내에서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할 때도 월 3만 엔(약 30만 원)이 넘는 주차료를 내야 한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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