右로… 右로… 유럽, 보수로 간다

  • 입력 2008년 5월 10일 02시 58분


■ 獨-佛-伊 이어 英까지… 거센 右風

《지금 추세대로라면 2년 뒤인 2010년 유럽연합(EU)의 5대 강국 중 스페인을 제외한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4개국에서 모두 우파가 집권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영국에서는 8년 만에 우파 인사가 런던시장에 당선됐다. 우파인 보수당의 지지도는 2010년 차기 총선에서 노동당의 13년 장기 집권을 무너뜨릴 기세다. 이탈리아에서도 우파 총리가 2년 만에 컴백했고 독일에서는 집권 기민당이 지지도에서 사민당을 여유 있게 따돌리며 내년 총선을 자신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의회가 2012년까지 집권을 예약해 놓고 있다. 내년 신설되는 EU 대통령에는 그동안 물망에 오르던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 대신 우파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가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

영 국 보수당, 런던시장 승리… 2010년 정권교체 유력

이탈리아 2차대전후 첫 우파 로마시장 탄생… 의회도 장악

독 일 메르켈, 녹색당과 손잡고 내년에 재집권 확실시

프 랑 스 사르코지 지지율 주춤… 개혁 정책엔 여전히 환호

유럽연합 내년 신설 유럽대통령에 우파 융커 지지세 확산

이처럼 유럽 전역에 우파의 물결이 일고 있는 것은 그동안 유럽을 이끌어 온 좌파 정부의 정책에 유권자들이 크게 실망한 데다 최근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하락에 따라 경제발전을 앞세운 우파의 목소리가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영국 보수당, 정권까지 얻을 기세

영국 보수당은 마거릿 대처 시대의 영광을 되찾을 꿈을 꾸고 있다.

노동당 블레어 전 총리의 ‘제3의 길’에 밀려 10년 이상 정권을 잡지 못한 보수당이 최근 노동당을 지지도에서 26%포인트나 앞섰다. 보수당이 이처럼 큰 격차로 노동당에 앞선 것은 1930년대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블레어의 대타로 등장한 고든 브라운 총리는 이라크전쟁과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의 뒤처리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보수당의 인기는 2005년 당시 39세의 신세대 정치인 데이비드 캐머런이 당수로 선출된 이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캐머런 당수는 노동당이 우파적 색채를 가미한 ‘제3의 길’에 맞서 좌파적 색채를 가미한 ‘온정적 보수주의’를 내세워 보수당의 면모를 일신했다.

보수당은 이번 런던시장 선거에도 선입견을 깨고 젊고 튀는 보리스 존슨(44) 의원을 내세워 8년 집권 후 3선 연임에 도전한 노동당의 켄 리빙스턴 시장을 꺾었다. 보수당은 2004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했지만 런던까지 차지하지는 못했다.

영국인은 이번 런던시장 선거를 2010년 차기 총선에서 보게 될 노동당 패배의 서막처럼 지켜봤다.

○ 이탈리아, 로마 시장 우파가 당선

성장률이 이웃 스페인에까지 뒤처지기 시작한 이탈리아는 지금 경제가 발등에 불이다. 이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다시 돌아왔다.

유권자들은 그가 과거 2차례의 총리 시절 이룬 경제 실적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년간 좌파 로마노 프로디 정부는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었다. 프로디 정부는 법안거부권을 가진 상원을 장악하지 못해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정부를 좌·우파가 주거니 받거니 한 이탈리아에서 우파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 번도 차지해 본 적이 없는 자리가 로마시장이다. 이 ‘좌파의 도시’ 로마에서 최근 우파인 잔니 알레만노가 시장에 당선됐다.

우파의 로마 집권이야말로 이탈리아 국민이 ‘우향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신호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이 승리가 극우파와 연합해 이룬 승리여서 우려되는 측면이 없지는 않다.

유럽의 3대 도시인 런던 로마 파리가 그동안 다 좌파의 영향권에 있었지만 런던과 로마가 잇따라 우파에 넘어가면서 프랑스 사회당의 베르트랑 들라노에 시장이 있는 파리만 좌파의 손에 남게 됐다.

○ 독일, 기민당 여유 있게 재집권 예상

독일은 내년에 총선을 앞두고 있다. 올해 들어 헤센 주 등 3개 주에서 실시된 선거는 내년 총선의 가늠자로 관심을 모았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은 헤센 주에서 패배하는 등 각 주에서 모두 이전 선거에 못 미치는 득표율을 보였다. 극좌파인 좌파당이 각 주 의회에서 의회저지선(5% 득표)을 뚫고 진입한 것과 최근 좌파 색채를 강화한 사민당이 선전한 것이 기민당 부진의 이유다.

그러나 사민당 지도부는 주 의회에서 선전한 데 고무돼 헤센 주에서 좌파당과의 연정을 시도하다 제 발등을 찍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기민-기사당 연합은 37%의 지지율을 얻어 27%의 지지율을 얻은 사민당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새 연정을 주도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년에는 지난 총선과 달리 사민당을 배제한 연정을 구성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 선거가 열린 함부르크에서는 기민당이 녹색당과 손을 잡는 ‘흑-녹 연정’을 출범시켰다. 이 연정이 문제없이 굴러간다면 환경주의자로 자처하는 메르켈 총리가 연방정부의 파트너로 처음 녹색당을 택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녹색당은 연금개혁 민영화 등의 이슈에서는 사민당보다 우파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 프랑스, 우파 개혁 지지는 여전

프랑스에서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실망스러운 지지율 속에 집권 1년을 맞았다. 이혼과 재혼을 둘러싼 요란한 사생활과 실적을 내지 못한 개혁정책이 원인이다.

그러나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14년 집권 동안 신자유주의라는 세계적 추세와는 거꾸로 갔고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의 12년 집권 동안 아무런 개혁도 못했던 프랑스가 안고 있는 문제는 1년의 개혁만으로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프랑스 국민의 다수는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실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파의 개혁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국민들은 사르코지 대통령과 짝을 이룬 프랑수아 피용 총리에 대한 신뢰로 우파의 노선에 동조를 표시하고 있다.

지난해 사르코지 대통령 당선 때부터 대통령 임기가 7년에서 5년으로 줄어들고 의회의 임기가 일치돼 과거와 달리 정부를 무력상태로 몰아넣는 좌우 동거정부의 구성 가능성은 없어졌다.

○ 유럽연합도 우파 대통령 유력

지난해 리스본 조약으로 내년 신설될 유럽 대통령직에도 우파인 룩셈부르크 대중기독교사회당의 융커 총리가 유력해졌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리스본조약 체결 이후 고집해 오던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카드를 접고 융커 총리를 밀기로 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동안 융커 총리를 최초의 유럽 대통령으로 지지해 왔다.

EU의 두 견인차인 프랑스와 독일이 융커 총리를 동시에 지지하고 있어 융커 총리의 유럽 대통령 가능성이 매우 높다.

블레어 전 총리는 1999년 EU에 유로화가 도입됐으나 이를 채택하지 못하는 등 재임 10년간 영국을 EU에서 더욱 멀어지게 했다는 이유로 유럽 대통령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프랑스와 독일은 융커 총리를 EU 대통령으로 하고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을 콤비로 새로운 유럽 집행부를 구성하는 안을 선호하고 있다. 바호주 집행위원장 역시 우파 정부를 이끌었던 포르투갈 총리 출신이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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