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일본인들에겐 반성이 없었다”

  • 입력 2008년 4월 9일 02시 57분


“일본인들에게는 반성(soul-sear-ching)이 없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59·사진)가 집필을 위한 취재 도중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8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1995년 도쿄(東京) 지하철 독가스 테러사건을 소재로 한 논픽션 ‘언더그라운드’의 집필을 위해 용의자들에 대한 재판 현장을 자주 찾으면서, ‘전쟁포로들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던 일본인들에게까지 생각이 미쳤다고 한다.

무라카미는 ‘싱가포르를 점령했던 일본 군인들이 잔인한 행동을 일삼았으나 전쟁이 끝나고 포로가 된 뒤에는 싱가포르 거리를 열심히 청소했다’고 회상한 리콴유(李光曜) 싱가포르 초대 총리의 칼럼을 언급하며, “건실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잔인하게 돌변하는 현상은 모든 사람에게서 나타나지만 특히 일본인들에게 그런 경향이 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한편으로는 “독가스 테러 피해자들이나 일반인들을 만나면서 일본인들이 그런 위험한 세계에 빠져들지 않고 열린 세상으로 나올 힘을 갖고 있다는 점 또한 알게 됐다”며 “그 힘의 원천인 ‘하나로 모인 목소리’가 전쟁으로 끌려 들어가지 않기를 진정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무라카미는 1979년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한 뒤 ‘상실의 시대’ ‘댄스 댄스 댄스’ ‘해변의 카프카’ 등의 작품에서 현대 젊은이들의 고독과 혼란을 경쾌한 필치로 그려내 일본과 한국에서 ‘하루키 신드롬’을 낳았다.

그는 자신의 소설에 대해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 대한 것인데 1990년대 중반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와 2001년 9·11테러 등이 일어나 실제로 그런 세상이 돼 버려 독자들이 자신의 작품에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창작 활동이란 자신의 영혼 안으로 깊이 침잠해 들어가는 것이라고 정의하는 무라카미는 “이야기(story)야말로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 혼란스러워하는 현대인들을 구제할 힘을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의 언어와 환경, 철학은 다양하지만 자신의 영혼 안으로 침잠하게 되면 결국은 같은 세상이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초저녁에 잠자리에 들고 오전 2시경 일어나 5, 6시간 창작 활동을 한다는 그는 “다음 작품은 ‘두려움’을 다룬 소설이 될 것”이라고 이번 인터뷰에서 소개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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