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 대만총통 당선]8년 경제실정 심판…16.9%P차 승리

  • 입력 2008년 3월 24일 03시 00분


22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국민당의 마잉주 당선인이 타이베이의 선거캠프에서 손을 흔들며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마 당선인은 이날 연설에서 “오늘의 선거 결과는 변화를 위한 열망의 표현이자 희망을 위한 승리”라고 강조했다. 타이베이=AFP 연합뉴스
22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국민당의 마잉주 당선인이 타이베이의 선거캠프에서 손을 흔들며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마 당선인은 이날 연설에서 “오늘의 선거 결과는 변화를 위한 열망의 표현이자 희망을 위한 승리”라고 강조했다. 타이베이=AFP 연합뉴스
“馬후보님, 축하해요”대만 총통 선거가 실시된 22일 마잉주 국민당 후보의 지지자들이 타이베이의 마 후보 선거 본부 앞에서 그의 승리를 기원하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 연합뉴스
“馬후보님, 축하해요”
대만 총통 선거가 실시된 22일 마잉주 국민당 후보의 지지자들이 타이베이의 마 후보 선거 본부 앞에서 그의 승리를 기원하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 연합뉴스
22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후보가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천수이볜(陳水扁) 현 총통의 경제 실정에 대한 민심 이반이 꼽힌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통한 경제 살리기를 외쳐 온 마 후보의 당선으로 양안(兩岸·대만과 중국) 관계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은 한국에 이어 두 차례의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실현해 명실상부한 민주국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인기 없는 현 지도자가 여당 패인”=이번 총통 선거는 “인기 없는 현 지도자가 여당 후보의 패배를 불렀다”는 점에서 지난해 12월 한국 대통령 선거의 재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국립정치대 류더하이(劉德海·51) 교수는 “민진당 셰창팅(謝長廷) 후보가 패배한 이유 중 70∼80%는 천 총통의 경제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천 총통이 집권한 2000년 1만4428달러였던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만6768달러로 7년간 16.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은 8년째 제자리걸음이고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오히려 줄었다고 불평한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는 마 당선인이 집권하면 양안 경제 관계의 발전으로 내년도 대만의 경제성장률이 6%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 실정 외에도 천 총통은 끊임없는 정쟁과 여론을 무시한 외곬 정책으로 일관해 민심 이반을 불렀다. 임기 말에는 측근과 가족들의 비리 의혹으로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

셰 후보는 선거 막판에 중국 정부의 티베트 무력 탄압을 강조하는 한편 마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을 펼쳤다. 그러나 대만국립정치대 옌전성(嚴震生) 미국유럽연구소 소장은 “4년 전 네거티브 선거 캠페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학습효과가 있어 여당이 제기한 문제가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양안 관계 해빙 무드…중국 마 당선인 “환영”=마 당선인이 취임하면 양안 사이의 최대 현안인 통신 통상 통항의 삼통(三通) 문제가 크게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안으로 타이베이(臺北)와 베이징(北京) 사이에 직항로가 개설될 가능성이 높다. 양안 사이의 상호 투자와 시장 개방도 함께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안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나 최고책임자의 상호 방문 등 극적인 정치적 이벤트가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

중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뜻에서 ‘하나의 중국’을 강조한다. 이에 반해 마 당선인은 호혜 평등의 지위에서 양안 문제를 풀자고 주장한다. 마 당선인은 23일 기자회견에서도 “양안 문제는 대만인의 이익에 맞춰 추진하되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리웨이이(李維一) 대변인은 23일 “양안 동포들의 공통적인 희망인 양안 관계의 평화로운 발전을 기대한다”고 말해 마 당선인에 대한 기대감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또 “대만 명의의 유엔 가입 국민투표를 통한 대만 독립 시도는 민심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논평했다.

미국도 대만의 대표적인 친미파 인사인 마 당선인의 승리를 환영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2일 마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되자마자 축하 성명을 내고 “마 당선인의 승리는 양안 간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대만 국민의 행복은 미국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이번 선거에 대해 “자유롭고 공정했다. 대만 국민은 민주주의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고 평가했다.

타이베이=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 馬당선인 회견

“한국의 경제정책-성과 배우겠다”

“미국과 일본 등 대만과 중요한 관계에 있는 나라를 이른 시일 내에 방문하고 싶다.”

마잉주 대만 총통 당선인은 22일 당선 직후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5월 20일 취임 이전에 대륙을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중국 방문 계획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만의 정치학자들은 ‘대만과 중요한 관계에 있는 나라’에 한국도 포함되며 중국 정부도 마 당선인의 한국 방문에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마 당선인은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아시아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선 한국에 배울 점이 많다”며 “대기업 브랜드 정책과 문화산업 육성 등 한국이 지난 10년간 이룩한 경제성과를 참고해 대만을 이끌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타이베이 시장 재임 시절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과 만난 인연을 강조하며 “이 대통령이 한국을 새로운 시대로 이끌어갈 지도자임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마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737 정책공약’과 유사한 ‘633 플랜’(성장률 6%, 국민소득 3만 달러, 실업률 3% 이하 달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주장하는 ‘실용외교’는 내가 주장하는 ‘활로(活路)외교’와 맥이 닿아 있다”며 중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이 대만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안 관계와 관련해 마 당선인은 23일 오전 외신 기자회견에서 “저에게 (연임을 포함한) 8년의 시간을 주면 양안의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위한 초석을 놓겠다”며 “1949년 이후 형성된 양안의 적대적 관계를 이제 끝장내자”고 말했다.

중국 방문 계획에 대해서는 “경제협정과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대만의 안전이 먼저 확보돼야만 한다”며 전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견해를 재확인했다.

티베트 문제와 관련해 그는 “달라이 라마가 중국을 방문한다면 언제든 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이베이=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마잉주는 누구인가

마잉주 대만 총통 당선인은 전형적인 엘리트 정치인이다.

1950년 7월 13일 홍콩에서 태어난 마 당선인은 1972년 대만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와 하버드대에서 각각 법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81년 대만으로 돌아와 총통부 제1국 부국장에 임명됐고 뛰어난 영어 실력으로 당시 장징궈(蔣經國) 총통의 통역을 맡으며 신임을 얻어 1984년 34세의 젊은 나이에 국민당 중앙위원회 부비서장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어 국민당 대륙위원회, 국가통일위원회의 주요 간부를 거쳐 1993년에는 당시 리덩후이(李登輝) 총통 정부에서 법무부장(장관)으로 발탁됐다.

마 당선인은 법무부장으로 재직할 때 정치권에 대한 사정 및 폭력 조직과의 전쟁을 주도하면서 ‘청렴한 정치인’이라는 명성을 얻었다고 BBC방송은 소개했다.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마 당선인은 1998년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 출마해 천수이볜(陳水扁) 현 총통을 누르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그는 2002년 타이베이 시장 연임에 성공했고 2005년 7월 국민당 주석으로 선출됐다.

181cm의 훤칠한 키에 수려한 외모, 온화한 말투로 대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마 당선인은 취미로 조깅과 수영을 즐긴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