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고물가… 부자나라 싫어!

  • 입력 2008년 2월 5일 03시 00분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북서쪽으로 100km 떨어진 농촌에선 대대로 경작해 온 밀밭과 옥수수 밭이 매년 줄어드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해 1월 유럽연합(EU)에 가입한 뒤 밀과 옥수수를 더 많이 수출하길 희망했지만 루마니아의 현실은 이와 반대다. ‘다른 나라들보다 싸게 만들 수 있는 상품을 집중 생산해 교환하면 이익을 얻는다’는 비교우위론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공산주의에서 탈피해 서방 경제권으로 편입 중인 국가들이 전통 경제학의 상식과 이론을 벗어나고 있다. 글로벌화 속도의 지체, 문화 격차, 아직 남아 있는 공산주의 시절의 관행 때문으로 설명된다.

동유럽과 독립국가연합(CIS)에 살고 있는 근로자들의 해외 이주도 임금 격차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생산·판매 효율성 없이는 비교우위 ‘무용지물’=지난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EU에 가입한 뒤 세계 식량기구들은 ‘이상 현상’을 목격했다. 루마니아의 밀 생산량이 290만 t으로 전년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것. 옥수수 생산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루마니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밀밭과 옥수수 밭을 버리고 해외 이민을 떠난 농민들이 2만 명이 넘는다. 루마니아 정부는 농업 파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루마니아 농업문제연구소의 코르넬리아 알보이우 연구원은 “곡물 판매업자들과 관료들의 부패, 수출 물류비용 증대와 함께 농민들이 시장 정보에 어두워 비교우위가 나타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시장을 겨냥한 생산과 판매가 효율적이지 않으면 비교우위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인력은 경제수준 비슷한 나라로 이동=‘국경이 개방되면 인구가 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한다’는 상식도 최근엔 들어맞지 않는다.

특히 CIS와 동유럽에 살고 있는 근로자들의 경우 선진국으로의 이동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이들은 수평적인 이주 패턴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노동 전문가들은 최근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몰도바 등 옛 소련 연방 주민들이 생활과 문화가 비슷한 이웃나라를 이민 대상국으로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통계청이 조사한 결과 2005년 국제사회에서 가난한 나라로 이주한 인구는 23만 명 순증(純增)을 보였지만 부유한 나라로 이주한 인구는 5만2000명 순감(純減)했다.

러시아 노동문제 전문가인 로만 발레리비치 씨는 “이주를 희망하는 국가의 물가수준이 높거나 차별정책이 심할수록 근로자들이 이주를 기피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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