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노 공항서 피살… 수치는 가택연금

  • 입력 2007년 12월 29일 0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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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아시아 정치지도자 목숨 건 귀국

아키노 공항서 피살… 수치는 가택연금

“돌아가면 내 목숨이 위험에 빠진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나는 돌아왔다. 내 나라가 위험에 빠진 걸 두고 볼 수만은 없다.”

27일 자살 폭탄테러에 숨진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가 10월 8년간의 망명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면서 남긴 말이다. 자신의 운명을 예견한 듯한 이 발언은 과거 독재국가를 등졌던 정치인들이 조국에 돌아오면서 겪은 고난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1983년 8월 3년간의 미국 망명 생활을 접고 고국 땅을 밟은 필리핀 야당 지도자 베니그노 아키노는 마닐라 공항에서 암살됐다. 51세의 나이였다.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대통령의 독재에 시달리며 아키노의 귀국을 고대하던 필리핀 사람들은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듬해 ‘피플 파워’로 불린 무혈혁명을 이끌어 냈다. 그의 아내 코라손 아키노 여사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18년 마르코스 독재를 종식시켰다.

올해 가을 민주화 시위를 통해 지구촌의 주목을 받은 미얀마에서는 독립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 아웅산 수치(62) 여사가 망명과 귀국에 이은 정치적 고난을 견디고 있다.

그는 인도 대사로 발령받아 쫓기듯 조국을 등진 어머니를 따라 열다섯의 나이에 사실상 망명생활을 시작했다. 인도와 영국, 부탄을 전전하던 수치 여사는 1988년 귀국해 민주화 지도자로 부상했다. 1990년 80%가 넘는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당선 직후 군사정부에 의해 가택 연금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 1985년 귀국할 때도 당시 군사정권의 탄압을 우려한 스티븐 솔라즈 미국 민주당 의원 등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동행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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