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대, 美-中-日 전문가-언론 시각

  • 입력 2007년 12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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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李당선자에 큰 기대…협력구상 세워놨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뒤 미국 중국 일본의 전문가와 언론은 한국과 이들 국가의 관계가 노무현 정권 시절에 비해 강화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이 당선자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에 대해 특별검사가 수사를 벌이더라도 무혐의 처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한일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 美-中-日 전문가-언론 시각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대해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동안 상처 받고 우여곡절을 겪어 온 한미동맹이 강화되고 북한 핵 협상도 진전될 것이란 전망이 많이 나왔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19일 전화 인터뷰에서 “그동안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사이에는 인간적 교감이 없었던 점을 인정하자”며 “이런 게 핵 협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데 걸림돌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는 한국의 새 정부가 미국과 함께 대북 정책 구상을 하면서 새로운 접근법(tone)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이 당선자가 비핵화 완성을 전제로 공개했던 ‘비핵 개방 3000’ 정책 구상이 북한의 핵 포기 결심을 앞당겨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북한 지도부도 이런 획기적 대북 지원이 현실화되는 상황을 상정해 보자. 그들이 핵 포기 결단을 지금보다는 더 쉽게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백악관 기류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이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 당선자의 승리를 축하한다. 내년 초 출범할 새 한국 정부와 협력을 고대한다”고 논평한데 대해 “이런 발언이 의례적인 발언을 넘어서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1년 남은 임기 동안 보수 성향의 한국 대통령과 같이 추진하고 싶은 구상을 세워놓고,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성향의 마커스 놀랜드 국제경제연구소(IIE) 선임연구원은 대선 과정에서 ‘3대 원칙’이 공감을 얻은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에서 대북 지원의 분명한 주고받기, 경제적 효율성 추구, 국제 공조 필요성 등 3가지 원칙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장밋빛 전망만을 하기는 곤란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은 “한국은 내년 4월까지는 정책 토론 분위기가 조성되기 쉽지 않을 것이고 새 정부가 진보정권 10년 동안의 대북 정책을 다시 들여다보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미국도 곧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므로 정치적 타이밍이 불확실하며 우호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큰 틀에서 한미관계가 좋아지겠지만 구체적 이행과정에선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피터 벡 북한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이 당선자는 대북 정책에 있어 다소 강한 자세를 취할 것이란 인상을 심어 줬고 워싱턴은 우호적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이 당선자가 워싱턴에서 1년 넘게 연구원 생활(1998년 11월∼1999년 12월)을 했지만 실제론 미국이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별로 없으며 우호적인 감정도 그다지 뿌리가 깊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는 20일 특검이 이 당선자의 BBK 주가 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한국의 전문가 및 외교관들이 관측하고 있다고 서울발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이 당선자가 공약대로 2, 3년 내에 한국 경제를 성장시키지 못하면 도덕성 및 윤리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내 몇몇 전문가는 이 후보가 부패 의혹 조사에서는 거의 또는 전혀 손상을 입지 않고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할 것으로 관측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중국 “韓中FTA 체결 적극 노력할듯”▼

“제1 무역대상국인 中과 관계 심화 기대

대북 상호주의, 中-美 기본원칙과도 부합”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0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한미 동맹관계의 강화와 상관없이 한중 관계가 더욱 심화 발전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노무현 대통령과 이 당선자의 대북 정책이 서로 다르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특히 상호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이 당선자의 대북 자세는 북핵 문제와 관련한 중국과 미국의 기본 원칙과도 부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장롄구이(張璉괴) 교수는 “이 당선자는 ‘경제 대통령’으로서 경제 살리기에 모든 힘을 쏟아 부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현재 한국의 제1 무역대상국인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 심화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의 ‘조건 없는’ 대북 지원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며 “이 당선자의 상호주의에 따른 대북 지원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욱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일(金景一) 베이징(北京)대 동방학부 교수 겸 조선문화연구소 소장은 “이 당선자가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고 경제를 중시하는 만큼 한중 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과거 한나라당 집권 시절에도 한중 관계는 원만했다”며 “다만 한중 관계가 좋은 일만 발생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좋은 일, 궂은 일이 모두 터지는 시기로 접어든 만큼 한중 양국이 이를 사전에 파악하고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중앙당교의 조호길(趙虎吉) 교수는 “이 당선자의 대북 정책이 노 대통령과 다르긴 하지만 한국의 대북 및 외교정책이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중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건일(朴建一) 사회과학원 아태연구소 교수 겸 한반도문제연구센터 주임은 “이 당선자가 경제를 중시하므로 현 정부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적극적일 것”이라며 “한중 FTA 체결은 수출 주도국인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일본“韓日정상 셔틀외교 부활 기대”▼

“실리 중시… 한일관계 융통성 보일 듯

역사인식 등 난제 극복할 계기 되길”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0일 한국의 대통령선거 결과에 대해 “이념만 앞선 노무현 정권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경제대통령’을 자임하는 이명박 후보의 당선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 시즈오카(靜岡)현립대 교수는 이 당선자가 노 대통령과 달리 실리 위주로 정권을 운영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대북정책이나 대일정책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 정부의 ‘포용정책’ 기조는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경제협력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 상황에 따른다’는 자세를 이 당선자가 노 대통령보다 강하게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東京)대 교수는 “이 당선자가 ‘문제가 많은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벗고 다음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과반수 획득을 이끌 수 있느냐가 향후 정권 운영의 열쇠”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당선자가 대일 관계에서는 친일파 재산 몰수 등 노 정권 시절 일본 측이 불만을 가졌던 부분들에 융통성을 발휘해 한일 정상이 서로 왕래하는 ‘셔틀외교’를 부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고하리 스스무(小針進)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이 당선자는 이념을 중시한 노 대통령에 비해 사회 경험이 풍부한 현실주의자”라며 “국제 감각도 있으며 당선자의 브레인들도 대미 관계를 중시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20일 이 후보가 당선된 대선 결과를 일제히 톱기사로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우리는 이 당선자에게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며 “물론 노 대통령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 정권 아래에서 한일 관계는 상당히 냉각됐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정권은 중국 한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는 아시아 정책을 펴고 있다”며 “역사 인식 등의 난제가 있어도 한국의 정권 교체를 계기로 한일 간 연대 회복에 탄력이 붙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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