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진통끝 ‘발리 로드맵’ 채택

  • 입력 2007년 12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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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얼마를… 온실가스 감축 강제조항 빠져

세계 186개국이 참석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1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발리 로드맵’을 채택하고 시한을 하루 넘긴 15일 폐막했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졌던 37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모두 참가해 2009년까지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 협약을 마련하게 됐다. 기존 교토의정서의 효력은 2012년에 끝나고 새 협약은 2013년부터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총회는 세계 1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면서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해 온 미국, 선발 개발도상국인 중국과 인도를 협상의 틀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큰 진전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자율감축을 주장하는 미국의 반대 때문에 온실가스를 언제까지, 얼마나 줄일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세우지는 못해 ‘알맹이 빠진 로드맵’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선진국과 개도국의 의견차로 총회는 여러 번 결렬 위기를 맞았다.

EU가 ‘선진국은 1990년 기준으로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25∼40% 감축하는 것을 고려한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넣자고 주장한 데 대해 미국은 끝까지 반대했다. 많은 개도국이 선진국의 책임을 강조하는 EU 측을 지지했고 일본 캐나다 호주 등은 미국 편을 들었다.

이 때문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발리 총회를 거쳐 동티모르를 방문했다가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다시 발리로 되돌아오기도 했다.

14일 밤부터 15일 아침까지 이어진 협상 끝에 미국과 EU의 갈등이 해소됐다. EU가 ‘2020년까지 온실가스 25∼40% 감축’ 등의 문구를 빼고 이 부분을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 보고서’를 인용하는 각주(脚註)로 처리하기로 미국 측에 양보했던 것.

하지만 막바지에 중국 인도가 “선진국이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변화 적응 관련 기술을 개도국에 지원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다시 긴장이 감돌았다. 미국이 결국 이 부분을 최종적으로 수용해 2주간의 마라톤협상은 막을 내렸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정예모 수석연구원은 “발리 로드맵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큰 진전”이라며 “하지만 한국이 2013년 온실가스 감축 대상이 되는 것이 분명해진 만큼 국익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본격적인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발리=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美 어정쩡▼

“로드맵에 긍정적인 측면 있지만 개도국도 선진국과 보조 맞춰야”

미국 백악관은 15일 “발리 로드맵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주요 개도국들도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행동해야 한다”고 토를 달았다.

구체적으로 국가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중국, 인도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언론들도 “중국이 가까운 시일 내에 강제적 규제를 하는 데 동의할 의사는 보이지 않았다”며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내년 대통령 선거 결과가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새 협약의 실효성 있는 이행 계획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임기 이후에 완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미국 측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에 비해 일본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는 16일 “모든 나라가 다 참여했다는 점이 아주 훌륭한 성과”라며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EU대표단 관계자는 “우리가 원했던 결과여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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