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이 레프코위츠 北인권특사 인터뷰

  • 입력 2007년 11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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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 인권결의안 기권 실망

평양 가서 직접 대화해보고 싶어”

28일 미국 내 비정부기구(NGO)인 북한인권위원회가 워싱턴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법률적 접근법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토론자들은 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감지되는 미온적인 북한 인권 정책을 비판했다.

특히 2004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임명된 제이 레프코위츠 대북인권특사의 역할이 제한적이란 지적도 나왔다. 이 위원회의 피터 벡 사무국장은 “레프코위츠 특사가 실종 상태(Missing in Action) 아니냐”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비판적 기류가 확산되는 가운데 레프코위츠 특사가 28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그 역시 이런 기류를 의식한 듯 북한 핵 문제 때문에 인권 문제가 등한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유엔 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한 것을 두고 국제사회의 비판이 높다.

“크게 실망했다. 한국 정부가 자국민의 가까운 친척이 겪고 있는 고통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참여정부는 최근 개선된 남북관계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인권결의안은 남북관계를 다루는 게 아니다. 한국의 기권은 (한국이 지난해 표결에서만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에서) 실망스러운 뒷걸음질이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도 6자회담 북핵 협상을 이유로 북한 인권 문제를 뒷전으로 밀어냈다는 지적이 많다.

“절대 그렇지 않다. 명백한 안보 위협인 핵문제가 최우선 과제인 것은 맞다. 하지만 두 사안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핵협상 타결 이후에는 그 합의를 믿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자국민을 이렇게 대우하는 정권을 신뢰할 수 없지 않는가. 북한은 정권의 행태를 바꿔야 한다. 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쓰라고 책정한 연간 2400만 달러 규모의 예산이 한 푼도 집행되지 않았다.

“정부와 의회가 예산 문제로 줄다리기를 하면서 그 돈을 찾아 쓰지 못했다. 그렇다고 미국 행정부가 탈북자를 돕는 예산을 전혀 집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탈북자를 도왔고 북한 주민이 정확한 바깥세상 정보를 알도록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원금을 줬다. 매년 사용예산 총액은 늘어나고 있다.”

국무부가 최근 공개한 2006년 지원금은 400만 달러였다. 그러나 인권특사실의 크리스천 휘튼 부특사는 이달 12일 홍콩에서 “북한인권법은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관료적 형식주의 때문에 3년 동안 한 푼도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선 ‘협상우선론’을 펴는 국무부 직업외교관을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말이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최근 사석에서 ‘내년 1월부터 북한 인권 문제가 거론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도 인권과 핵협상을 병행해야 한다는 당신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인가.

“북핵 협상이 다음 단계로 진전되려면 인권 문제가 정식 의제로 떠오를 것이란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북-미는 장기적으로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두 나라가 유학생과 예술인을 교환 방문시키고 발레 교향악단 등 문화교류를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 국민을 그렇게 다루는 정권과는 근본적으로 관계 개선이 어려운 것 아닌가.”

레프코위츠 특사는 이 대목에서 “(북한에서) 종교 때문에 (주민들이) 체포되는 상황이 있다”며 “국무부는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9월 북한 보안당국은 “외국 첩자와 내통한 간첩을 잡았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대북 선교·지원단체인 ‘순교자의 소리(Voice of Martyrs)’는 이달 초 “체포된 북한 주민들은 청진 회령 온성에 거주하던 기독교인 9명”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6개월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등 협상의 중대 고비가 될 것이다. 이 기간 성취하고 싶은 과제는….

“인권 문제에 대해 북한과 직접 대화해서 북한이 국제사회에 동참하도록 독려하고 싶다. 평양을 방문해 나의 상대방과 마주 앉아 논의하고 싶다. 동북아시아의 동맹·우방국과 함께 떠돌고 있는 탈북자를 돕고 싶다. 또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이 탈북자 관련 국제법을 존중하도록 촉구하겠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평양의 초대를 받았으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작년에 개성공단에 와 달라는 초청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미국 컬럼비아대 법과대학원 졸업

△냉전 말기 옛 소련 거주 유대인의 해외이주 허용 운동에 참여

△백악관 국내정책 담당 부국장, 백 악관 예산관리국(OMB) 법률고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법률회사 커클랜드&엘리스 선임파트너(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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