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푸틴’ 동방정책 흔들린다

  • 입력 2007년 11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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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치르며 극동개발 추진력 상실 우려 높아

친서방 후보 당선땐 남북한-러 삼각협력 퇴조

올해 12월 총선에 이어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러시아에서 현재의 동방정책 기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동방 중시 정책을 펴온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물러나면 지금까지의 정책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임기 말에 주력한 극동개발 정책이 추진력을 상실하고 대(對)한반도, 중국, 일본 정책도 바뀔 것을 우려하는 외국 투자가가 늘고 있다.

▽대통령과 외교라인 인물 교체 변수=모스크바에선 최근까지도 ‘푸틴 대통령 집권 8년간 상대적 안정기를 구가한 러시아가 내년에도 외교정책의 기조를 지금처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임기 6개월을 남기고 집권당 전국구 1번 후보로 총선에 출마한 11월 들어 외교가의 눈길은 온통 푸틴 후임자가 누가 될 것인가에 쏠려 있다. 러시아가 1993년 ‘초강력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한 만큼 대통령 교체 자체가 ‘빅뱅’ 수준의 혼란과 외교 정책 불확실성을 동반할 것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아직까지 후임자를 지명하지 않은 채 자리에서 물러날 의사를 굳히고 있어 내년 3월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등장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차기 대통령이 친(親)서방 성향의 인물일 경우 러시아 극동개발로 동북아 국가 간 협력을 확대하는 지금의 동방정책은 대폭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반도종단철도 연결을 통한 남한 북한 러시아의 삼각협력 정책도 퇴조할 것으로 보인다.

▽극동개발 정책에도 지도력 공백=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극동지역 대통령 전권 대표에 연방보안국(FSB) 출신의 올레크 사포노프 전 내무 차관을 임명했다.

사포노프 전 차관은 1990년대 초반 푸틴 대통령이 페테르부르크 시청에서 근무할 당시 함께 일한 최측근. 푸틴 대통령은 9월에는 동시베리아 송유관 건설을 지휘하던 세묜 바인시토크 트란스넵티 회장을 해임하고 주요 보직에 FSB 출신 인사들을 대거 기용했다.

FSB 출신 인사들의 전진 배치는 중국 북한 인접 지역에서 동방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집권 말기 권력 누수를 우려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동북아 대외 경제 관계는 벌써 변화=러시아 극동에선 ‘일본 견제, 중국과 협력’이라는 푸틴 행정부의 대외 협력 기조가 흔들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본의 영향력이 상품과 자본 진출을 중심으로 점차 복원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전략적 파트너였던 중국에 대해서는 견제 조짐이 엿보인다. 러시아와 일본의 교역량은 올해 200억 달러를 돌파해 러시아-한국의 교역 물량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가 중국과 공동으로 건설하는 시베리아 송유관 공사가 두 달째 지연되고 중국과 러시아의 석유 가격 협상도 난기류에 빠졌다. 주러 한국대사관 신맹호 참사관은 “러시아의 한반도에 대한 전략 변동 가능성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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