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日, 도로 예산 정비 논란

  • 입력 2007년 11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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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필요 없는 예산도 없애려니 아까워”

최근 일본 정관계의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 중 하나는 도로 특정재원(特定財源) 문제다. 도로를 짓기 위해 정부의 일반 살림살이와는 별도로 만들어 놓은 ‘딴 주머니’를 말한다.

이 제도가 처음 생겨난 것은 1950년 전반 무렵.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가 중의원 시절 도로 건설을 고도성장의 불쏘시개로 활용하기 위한 방편으로 처음 제안했다.

휘발유 등에 고율의 세금을 매겨 거둬들인 돈을 전액 도로를 건설하고 정비하는 데 사용하도록 한 것이 제도의 뼈대다.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도로 특정재원이 논란에 휩싸이게 된 이유는 시골 구석구석까지 도로가 생긴 결과 더는 ‘도로를 닦는다’며 세금을 거둘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일반재원화다. 세금은 종전대로 계속 걷되 쓰임새를 도로건설과 정비로 한정하지 않고 정부의 일반살림살이에 통합한다는 내용이다.

후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이 같은 기본취지를 계승하면서 ‘도로 정비에 쓰고 남은 세금은 일반재원화한다’는 좀 더 구체적인 원칙을 정했다.

문제는 앞으로 도로정비에 필요한 예산이 얼마인가 하는 점. 도로정책을 담당하는 주무관청인 국토교통성이 13일 마침내 그 규모를 추산해 발표했다. ‘향후 10년간 68조 엔 이상.’

현재 연간 도로 특정재원 규모가 5조6000억 엔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주장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딴 주머니를 계속 차자’는 주장에는 도로 관련 예산에 입김을 행사하는 국회의 이른바 ‘도로족(族)’도 가세하고 있다.

지금까지 도로 특정재원이 어떻게 쓰여 왔는지를 보면 이들의 속내는 빤히 들여다보인다.

관료들은 엄청난 예산을 배분하는 권리를 이용해 건설업체에 ‘퇴직 이후’를 보장하는 일자리를 무더기로 만들어 왔다. 또 도로족들은 예산배분에 입김을 행사해준 반대급부로 건설업자들이 긁어모은 무더기 표를 받았다.

도로 특정재원 논란에서 납세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납세자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지 않는 한, 세금은 ‘눈먼 돈’ 신세를 면키 어렵다.

천광암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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