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하나가 붕괴직전 도시를 세계적 명물로

  • 입력 2007년 11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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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10주년을 맞은 스페인 빌바오 시의 구겐하임 미술관 전경. ‘미술관은 상자 모양’이라는 관념을 완전히 탈피해 어느 방향에서든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개관 10주년을 맞은 스페인 빌바오 시의 구겐하임 미술관 전경. ‘미술관은 상자 모양’이라는 관념을 완전히 탈피해 어느 방향에서든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스페인 바스크 지방 빌바오 시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는 최근 미국 하버드대가 ‘구겐하임 효과’란 용어로 문화시설 하나가 도시 전체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가르치고 있다고 전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들어서기 전 빌바오는 공장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강에서는 심한 악취가 풍기는 음산한 공업도시였다. 낡은 공장, 쓰러져 가는 창고, 고장 난 용광로가 흩어져 있는 곳곳에 마약중독자와 불법 거주민이 자리를 잡았고 도시는 급증하는 범죄율을 비롯해 심각한 사회적 위기에 빠져들었다.

당시 바스크자치의회의 집권 바스크국민당(PNV)은 침체에 빠진 빌바오를 위한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미국 구겐하임 재단과 접촉해 미술관 분관을 유치하자는 것.

문화를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하자는 이 아이디어는 대체로 환영을 받았다.

빌바오 시와 비스카야 주는 미술관 건립에 1억5000만 유로(약 2000억 원)를 투자했다. 1997년 10월 미술관이 개관된 뒤 6년 만에 투자금은 모두 회수됐다. 미술관은 주민소득 증대에도 큰 기여를 했다. 미술관 건립 과정에서 4만5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미술관 건물은 반짝거리는 티타늄 소재의 자유분방한 외관으로 세계적인 명물이 됐다. 소장품보다도 미술관 건물을 보기 위해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빌바오 시는 약 10억5000만 유로의 주민소득 증대 효과가 생겼다고 밝혔다.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2004년 빌바오를 ‘최고의 도시건축 프로젝트’로 꼽았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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