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이혼을 공식 발표한 니콜라 사르코지(52) 프랑스 대통령과 부인 세실리아(49)의 경우는 딴판이다. 취임 5개월 만에 ‘재임 중 이혼한 대통령’을 선택한 사르코지도, 퍼스트레이디 자리를 내던진 세실리아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클린턴 부부가 르윈스키 스캔들(클린턴과 르윈스키의 부적절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정략적으로’ 부부 관계를 유지해 ‘부부 대통령’의 가능성을 키운 것과 비교하면 사르코지 부부가 훨씬 인간적이지 싶다.
▷세실리아는 오래전부터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나는 카우보이 장화와 군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좋다”며 “퍼스트레이디 생활은 상상만 해도 지겹다”고 했다. 7월 남편의 요청에 따라 리비아 국가원수와 담판을 벌여 불가리아 간호원 5명을 석방케 하는 외교적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으나 파경을 막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세실리아 이전에도 권력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한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가 있었다. 1981년부터 95년까지 재임한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부인 다니엘이다. 그는 남편이 정부(情婦)와의 사이에 딸까지 둔 사실을 알면서도 의전상 필요할 때만 동행하는 방식으로 부부관계를 유지했다. 그 대신 자신이 만든 자유프랑스재단을 위한 재정 지원을 요구했다. 다니엘은 83세가 된 지금도 가난한 나라에 식수 공급 시설과 학교를 지어 주는 인도적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엘리제궁에서 뛰쳐나간 세실리아는 어떤 길을 갈지 궁금하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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