敵 없는 인도…전방위 실리외교 추구

  • 입력 2007년 10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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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적은 없다. 동지만 있을 뿐.’

정치 경제 강국으로 떠오르는 인도를 향해 강대국들이 경쟁적으로 구애를 펼치고 있다. 인도 역시 이들의 ‘러브 콜’을 적절히 활용해 실리를 챙기는 외교력을 발휘하고 있다. 협력과 갈등으로 복잡하게 얽힌 국제 관계 속에서 ‘협력만 있고 견제는 없는’ 균형추 역할. 바로 오늘날 인도가 갖는 위상이다.》

▽‘인도는 우리 편’ 잇단 러브콜=인도는 이달 말 중국과 첫 육상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한다. 양국 관계 증진의 걸림돌이었던 국경문제 협상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다음 달 러시아를 방문해 에너지 및 군사협력 등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할 계획이다.

지난달 미국 일본 호주 인도 싱가포르의 해상연합훈련을 두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미-일-호주-인도 4각 동맹의 출현’이라는 분석이 나오던 것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저마다 ‘인도는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인도는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은 채 줄타기 외교를 즐기고 있다.

▽‘적’이 없는 인도의 전방위 외교=인도의 전방위 외교는 냉전 시절 불편하기만 했던 미국과의 관계에서 잘 나타난다.

지난해 3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인도를 찾아 핵확산금지조약(NPT) 비가입국인 인도에 민수용 핵연료와 기술을 제공하기로 약속하며 ‘동반자 관계’를 과시했다. 인도가 중국과 가까워지는 것을 막고 중국을 견제하는 대항마로 키우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그 덕분에 인도는 핵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였고 경제적 실익도 챙겼다.

일본도 중국을 견제하고 해양에너지 수송로를 확보하기 위해 인도에 끈질긴 구애를 펼쳐왔다. 양국은 올해 말까지 자유무역협정(FTA) 또는 경제협력약정(EPA)을 맺기로 합의했다. 경제 발전을 위해 일본의 자금과 기술이 필요한 인도로서는 더할 나위 없다.

인도에 대한 중국의 접근도 만만찮다. 두 나라는 2010년까지 상호 교역을 400억 달러로 늘리고 경제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정보기술(IT) 강국인 인도와 제조업 강국인 중국의 결합은 강력한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와 인도의 우호관계도 긴밀하다.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에 이어 최근에는 우주 개발에서도 힘을 합쳐 내년 초 공동 연구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인도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에도 옵서버로 참가하는 등 두 나라와 정치 군사적 유대도 강화하고 있다.

▽‘미래지향적 실리외교’ 추구=인도는 자국의 외교정책을 ‘신(新)비동맹 실리외교’ 또는 ‘미래지향적 외교정책’으로 표현하고 있다. 과거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패권경쟁체제 아래의 균형추로서 모두로부터 협력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

실력을 바탕으로 한 인도의 실리외교는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을 모색하는 일본은 중국과 러시아의 견제를 받고 있지만 인도의 경우에는 반대 세력이 없다.

인도가 8월 1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전투기 구매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군사력 강화를 우려하기는커녕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이 앞 다퉈 최신기종 및 첨단기술 제공을 제안했다.

주변국 간의 긴장관계를 적절히 활용해 적극적으로 실리를 챙기기도 한다. 이는 일본과의 FTA 협상 과정에서 잘 나타난다.

인도는 처음부터 경제적 효과가 큰 일본과의 FTA 협상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일본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태도를 바꿨다. 한국과 먼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추진하고 중국과의 FTA를 서두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것을 우려한 일본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했다. 결국 일본은 ‘공공개발원조(ODA) 중심의 경제협력 대신 투자 및 무역의 확대’라는 인도의 요구사항을 수용했다.

최근 인도 일간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인도의 선택에 따라 아시아의 세력균형이 바뀔 것”이라며 “인도야말로 진정한 균형자”라고 강조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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