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중학교 때부터 학업-취업파 나누자"

  • 입력 2007년 9월 9일 2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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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부터 학생을 나누자"

자비에르 다르코스 프랑스 교육부장관이 모든 중학생이 같은 교과를 배우는 통합중학교(colleg¤ unique) 체제의 개혁을 주장했다.

통합중학교 체제는 1975년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 시절 교육 민주화 차원에서 "모든 학생들에 바칼로레아(대학진학자격시험)를 볼 수 있는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준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당시까지는 초등학교를 마치면 시험을 본 뒤 성적에 따라 일반 중학교로 갈 것인지 기술 중학교로 갈 것인지 결정했다. 통합중학교 체제인 지금은 모두 같은 교과를 배우는 중학교로 진학한 뒤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가 되어서 일반 고등학교로 갈 것인지 직업 고등학교로 갈 것인지 결정한다.

일간 르 피가로가 7일 보도한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학교 통합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무려 74%에 이르러 다르코스 장관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폐지에 반대하는 주장은 26%에 불과했다. 학생들의 학력차가 점점 더 커지는 상황에서 통합 시스템은 더 이상 현실 적합성을 갖지 못하는 '종이위의 평등'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때문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9월 새 학년도를 맞아 교사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중학교 수업을 받을 능력을 증명하지 못한 학생이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물론 대통령이 '진학시험'이라든가 '선별' 같은 말을 구체적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르코스 장관은 사르코지의 편지가 우송된 직후 통합 중학교 폐지를 향한 움직임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초등학교 최종학년(CM2)에서 학생들간 수업능력에 큰 차이가 있다"며 "수업을 들을 능력이 없는 초등학생들을 중학교에 보내는 것이 과연 교육 민주화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10월 말 경 이 문제의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프랑스가 원하는 방향은 독일식 모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프랑스와 달리 초등학생이 졸업 후 바로 '하우프트슐레' '레얄슐레' '김나지움'으로 나눠 진학한다. 하우프트슐레나 레알슐레는 상대적으로 학업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진학하는 학교로 졸업 후엔 대부분 직업학교로 진학한다.

중등교육 과정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김나지움이다. 졸업 때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와 비슷한 아비투어 자격을 획득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학교다.

독일에서도 1970년대 사민당의 집권과 함께 프랑스의 통합 중학교와 비슷한 '게잠트슐레'가 새로 생겼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 많은 게잠트슐레가 폐지됐다. 아직도 사민당이 우세한 주에서 일부 운영되고 있지만 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에서도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 까지 초등학교 졸업 후 진학하는 종합학교(comprehensive school)가 생겼다. 종합학교는 전통적인 문법학교(grammar school)와 달리 시험을 통해 학생을 뽑지 않는다. 현재 공립중학교를 다니는 학생중 90%가 종합학교에 다닌다. 그러나 종합학교 설립 이후 학생들의 능력이 크게 저하됐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최근 보수당 일각에서는 문법학교가 없는 학군에 문법학교를 부활시키고 사립중학교를 진흥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됐다.

파리=송평인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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