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30여년만에 수업시간 늘려

  • 입력 2007년 9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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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후반 이후 일본 공교육을 지배하는 대원칙으로 자리 잡아온 ‘유토리(여유) 교육’이 기로에 섰다.

유토리 교육이란 수업시간과 학습내용을 줄여 학생들을 주입식 교육에서 해방시키고 종합적으로 ‘살아가는 힘’을 키운다는 교육 원칙을 말한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31일 중학교의 선택과목을 축소하는 대신 ‘국어·영어·수학’ 등 필수과목의 수업시간을 10%가량 늘리는 내용의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을 문부과학성의 자문기구인 중앙교육심의회에 제출했다.

문부과학성은 이에 앞서 초등학교 주요 과목의 수업시간도 10% 늘리는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을 제출해 중앙교육심의회 초등학교부회의 승인을 받았다.

일본에서 중학교와 초등학교의 수업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각각 38년과 30년 만이다.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은 일본어와 사회과는 3학년 중심, 수학은 1학년과 2학년 중심, 이과는 2학년과 3학년 중심, 외국어와 체육은 전 학년을 대상으로 수업시간을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대신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는 명분으로 2002년 신설됐던 ‘종합과목’과 선택과목의 수업시간은 줄게 된다.

전체적으로는 현재 2940회(2450시간)인 수업횟수가 3045회(2538시간)로 늘어나게 된다.

초등학교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의 경우 △1, 2학년에서는 학력과 체력의 기초를 만드는 국어 수학 체육을 △3, 4학년에서는 관찰과 실험을 하는 이과(理科)를 △5, 6학년에서는 수학과 이과를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전국 초등학교의 90% 이상이 ‘종합과목’ 시간 중 일부를 영어교육에 돌리는 현실을 고려해 영어과목도 정식 신설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5367회(4025시간)인 수업횟수가 5647회(4235시간)로 증가한다.

2003년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4∼6학년의 연평균 수업시간은 일본이 709시간으로 한국보다 6시간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은 한국보다 101시간 많은 804시간이다.

이번에 일본 문부과학성이 제출한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은 유토리교육이 방법론으로 채택해 온 수업시간 감축, 학습내용 축소, 선택과목 및 종합학습 강화에 완전히 역행하는 내용이다.

일본 교육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유토리 교육이 이상은 아름답지만 현실적으로 기초학력을 떨어뜨리고 이공계 기피 등 ‘편하게 살자’는 사고방식을 확산시키는 주범이라고 지목돼 온 데 따른 것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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