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압수수색 금지’ 법개정 재추진

  • 입력 2007년 7월 3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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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 내용에 대해 수사 목적으로 언론사나 기자가 갖고 있는 취재자료를 압수수색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16대 국회 때 이 같은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했던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29일 “당시 검찰의 SBS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가 언론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생각해 취재 자유 보장을 위하여 법안 개정에 동의해 추진했다”며 “특히 노무현 정부 들어 언론의 자유가 더욱 위축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이런 내용이 담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충환 한나라당 원내공보부대표도 “수사기관이 언론사를 압수 수색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2003년 당시 양길승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에 대한 ‘몰래카메라’ 사건이 불거진 뒤 남경필 의원 등은 형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입법을 추진했으나 국회에서 통과되지는 않았다.

당시 개정안은 △언론이 보도를 목적으로 소지 또는 보관하는 자료는 보도사항의 필자나 제보자 또는 자료 보유자를 수사하거나, 내용의 기초 사실을 확인할 목적으로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고 △보도 내용이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한 필자나 제보자, 자료 보유자의 신원 및 보도의 기초 사실에 대해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에서는 1980년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제한된 조건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사생활 보호법’이 제정된 데 이어 연방 하원 법사위가 다음 달 1일 취재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특권을 인정하는 ‘정보의 자유소통 법안(The free flow of information act of 2007·일명 방패법)’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미국의 방패법은 취재원 공개의 조건을 △검찰이 진실 파악을 위해 다른 대체 수단을 소진했다는 걸 보여 줘야 하고 △요구 자료가 수사에 결정적으로 필요하다는 관련성이 충분해야 하며 △취재원 공개로 얻을 수 있는 공익이 언론 보도에 따른 공익보다 더 커야 하고 △임박하고 실질적인 국가안보 위협이 있을 때로 제한하고 있다.

법안 발의자는 마이크 펜스(공화) 하원의원을 비롯해 공화당과 민주당의 하원의원 2명씩과 상원의원 1명씩 모두 6명이다.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공화당 중진 펜스 의원은 “날로 강력해지는 행정부의 견제를 위해서는 자유로운 언론 활동만큼 중요한 게 없다”며 법안을 발의했다.

방패법은 50개 주 가운데 32개 주에서 주법(州法)으로 제정돼 있다. 나머지 18개 주 가운데 17개 주는 법으로 명문화하지는 않았지만 ‘기자의 취재원 보호 필요성을 존중한다’는 취지를 보장하고 있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올해 2월 27일 언론의 취재 보도 행위에 대한 언론사 압수수색을 위헌적인 행위로 판단했다.

2005년 9월 독일 연방수사국(BKA)의 기밀서류를 인용해 보도한 정치잡지 ‘치체로’의 편집실과 브루노 시라 기자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 사건에서 독일 헌재는 7 대 1의 압도적 찬성으로 “언론사 기자에 의한 정부 기밀의 단순한 공개는 압수수색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결정했다.

독일 헌재는 결정문에서 “편집실 수색은 편집 작업에 대한 침해와 동시에 언론 자유에 대한 침해”라며 “단순히 취재원을 찾는 것이 목적인 한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헌법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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