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 금융시장 큰손으로

  • 입력 2007년 7월 1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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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상위 12개 국부펀드(단위:달러)
국가펀드규모
아랍에미리트아부다비투자공사8750억
싱가포르싱가포르투자청3330억
사우디아라비아공공투자펀드 등 다수3000억
노르웨이글로벌 정부연금펀드3000억
중국국가외환투자공사3000억
싱가포르테마섹홀딩스1000억
쿠웨이트쿠웨이트투자청700억
호주호주미래펀드400억
미국알래스카영구기금공사350억
러시아안정화펀드320억
브루나이브루나이투자청300억
한국한국투자공사200억
2007년 3월 기준. 자료:모건스탠리

수출 강국 중국의 외환 보유액은 1분마다 100만 달러가 불어난다. 현재 외환 보유액은 1조2000억 달러(약 1103조 원)가 넘는다.

중국은 넘쳐나는 외환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올해 국가외환투자공사(가칭)라는 투자회사를 설립해 3000억 달러가량을 펀드(기금)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마셜 플랜에 따라 유럽 부흥을 위해 지원한 금액을 요즘 화폐 가치로 환산한 액수의 3배 규모다.

여유 나랏돈을 불리기에 나선 것은 중국만이 아니다. 러시아 중동과 싱가포르 등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도 넘쳐나는 오일 달러와 무역 흑자로 유입된 외화로 앞 다퉈 펀드를 조성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한국 정부도 2005년부터 한국투자공사를 통해 투자를 시작했다.

‘국부(國富)펀드(Sovereign Wealth Fund)’라 불리는 각국 정부 펀드의 총규모는 약 2조5000억 달러(약 2292조 원)로 전 세계 헤지펀드(1조5000억 달러) 규모를 앞질러 세계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 최신호에 따르면 국부펀드의 규모는 전 세계 국가들이 보유한 외환의 절반에 이른다. 이 중 3분의 2는 오일 달러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는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투자공사(ADIA)로 자산이 8750억 달러다. 미국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790억 달러)의 10배가 넘는다. 투자회사 모건스탠리는 2015년 국부펀드의 덩치가 12조 달러로 불어나 세계 금융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부펀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막대한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안정적인 채권 위주의 수동적 투자 전략에서 벗어나 점차 ‘고위험 고수익’의 투자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블랙스톤에 3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결정이 대표적인 사례. 국부펀드의 영향력이 커지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사이먼 존슨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부펀드를 ‘블랙박스’에 비유하며 투명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 펀드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기 어려워 작은 소문에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국부펀드가 자금력을 앞세워 다른 나라의 기간산업을 인수하면 외교적 마찰이 불가피해진다. 독일 정치인들은 12일 “다른 나라가 우리의 기간산업을 사들여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다”며 해외 국부펀드의 투자를 규제하는 법률 제정을 촉구했다. 블랙스톤은 독일 통신회사 도이체텔레콤의 지분 2.5%를 가지고 있다.

IMF도 최근 “국부펀드가 때로는 경제 논리를 버리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움직여 세계 자본의 흐름을 정치화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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