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도 ‘옷장 속의 총’에 떤다

  • 입력 2007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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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한 50대 남성이 지방의회에서 산탄총과 소총을 난사해 14명을 숨지게 하고 자살했다. 지방정부에 대한 불만 때문에 저지른 범죄로 추정됐다. 지난주에는 한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70대 노인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

총기 보유가 자유로운 미국이 아니라 스위스에서 일어난 일이다. 로잔대 조사에 따르면 스위스에선 매년 300명이 총기에 목숨을 잃는다. 가정 내 총기 사건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인구 750만 명인 스위스에서 가정에 보관된 총기는 200만∼300만 정.

DPA통신은 18일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으로 스위스에서 가정 내 총기 보유에 대한 반대 여론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많은 총기가 가정에 있는 이유는 수백 년간 전시 동원 체제를 갖추고 있는 독특한 병역제도 때문이다. 의무병역제에 따라 민병으로 복무하는 스위스 남성들은 평상시 생업에 종사하다 유사시 동원된다. 민병은 비상 출동을 위해 집에 군복, 무기, 탄약을 상비하고 있다. 예비역도 총기를 갖고 있다.

이런 체제가 이제는 철지난 체제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했다고 DPA통신은 전했다. 이전에도 좌파와 여성계를 중심으로 가정 내 총기 보유의 문제점이 줄곧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해 5월 스키 영웅 코린 레이 벨레가 예비역 대위인 남편의 총에 숨지자 반대 여론이 급등했다. 일부에서 총기 오용을 막기 위한 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발기자들은 ‘옷장 속의 총’을 영원히 금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 법을 국민투표에 부치기 위해 여론 몰이를 하고 있다.

여성계의 목소리는 더욱 높다. 피해자가 대부분 남편의 총에 맞아 숨지는 아내이기 때문이다. 한 여성잡지는 국민투표를 지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범죄학자 마르탱 킬리아 씨는 “아내를 다루기 위해 총기를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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